[뉴스포커스]LPG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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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보급 확대로 쇠퇴 기로에 놓여있던 액화석유가스(LPG)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출발은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다. 도시가스 설비가 모두 망가진 상황에서 피해 주민들에게 대안은 부탄가스가 전부였다. 분산형 연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당시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부탄가스주인 태양산업과 대륙제관·승일 등은 가격 제한폭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뉴스포커스]LPG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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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부가 에너지원에서 LPG 비중을 확보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지식경제부 주도로 LNG-LPG 역할을 나누는 용역을 실시하고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에 소형 탱크로 LPG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요구로 장애인용 LPG차량이 일반에게도 판매되고 지자체별로 경유차를 LPG차로 개조하는 사업을 앞 다퉈 벌이고 있다. LPG가 다시 뜨고 있다.

◇LPG 수요, 국가가 관리한다=지경부에 따르면 LPG가 석유나 액화천연가스(LNG)처럼 1차 에너지로 분류돼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될 전망이다. LPG는 그동안 천연가스와 같은 물성을 갖고 있음에도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이유로 석유제품의 한 종류로 구분해왔다. 지경부는 수송용·가정용·상업용 등 용도별 수요 비중도 세분화해 산정하기로 했다. 1차 에너지는 국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정부가 직접 수요를 전망해 관리하며 관련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보호한다.

지난해 에너지경제연구원 용역에서는 에너지원 중 LPG 비중은 현재 수준인 4%가 적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0년 1차 에너지원 중 가스체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6%로 LNG가 16.4%, LPG가 4.2%를 차지했다.

에경연 관계자는 “LPG는 성상이나 용도가 LNG와 유사해 LPG를 석유제품의 하나로 분류하기보다 독립된 가스체 에너지원으로 규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지경부도 에경연 연구결과를 준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방침은 LPG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LNG는 전국이 환상망으로 연결돼 있어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배관 하나가 끊기면 전체 공급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LPG는 용기에 담아 수송하기 때문에 분산형 연료로 적합하고 LNG를 대체할 수도 있다.

◇LPG도 도시가스처럼=LNG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 LPG를 도시가스처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수용가에 소형 LPG 저장고를 설치, 탱크로리로 LPG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LPG 충전소에서 3톤 미만의 소형 LPG 저장고를 설치해주면 정부에서 비용을 지원해준다.

충전소 측에서는 계획적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어 기존 가스통 배달 방식보다 공급가격을 낮출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소형 저장고에 설치된 계량기에서 사용량을 확인해 요금을 지불하면 돼 도시가스와 같다.

우선 지원 검토 대상은 노인 요양원이나 장애인 복지시설이다. 기존 저장고를 새 것으로 교체해주거나 새로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에너지특별회계 자금을 이용하며 5년간 600억원이 목표다.

충전소 업계 한 관계자는 “등유나 연탄을 사용하는 세대가 밀집한 지역에 소형 저장고를 설치하면 계획 배송과 대형화가 가능해 저렴하게 LPG를 공급할 수 있다”며 “정부에서 설치비를 지원해주거나 소비자들의 보일러를 LPG용 고효율 보일러로 교체해줄 것”을 요구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LPG 소형 저장고 설치비용 지원은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며 “복지시설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하고 지원 방식과 예산을 논의한 후 5월 이전에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LPG 차량 이용자 지원 늘어=지경부는 지난해 11월 장애인과 국가유공자가 5년 이상 사용한 LPG 차량을 일반인도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일반인들도 LPG 차량을 소유할 수 있어 LPG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장애인과 국가유공자용으로 등록된 LPG차량 92만대 중 2006년 11월 25일 이전에 등록된 약 43만대 차량이 대상이다. LPG 택시 및 LPG 렌터카 등 영업용 차량은 일반인이 구입할 수 없다.

지경부는 “이번 조치로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등이 LPG 차량을 적기에 처분하지 못했던 불편함이 해소되고 LPG 수요도 일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지자체에서는 경유차량 엔진을 LPG용으로 개조하는 비용을 지원해준다. 환경 개선을 위해서라지만 LPG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2월부터 61억원을 투입해 1700여대 경유차량 매연여과장치나 LPG엔진 개조를 지원하고 있다. 대상 차량은 지난 2000년부터 2005년 사이 등록된 차량이다.

올 2월에는 울산시가 14억8000만원을 들여 노후 경유차 360대를 LPG 엔진으로 개조해주거나 매연저감장치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도 광명시도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 저공해엔진(LPG) 개조, 조기폐차 비용 지원 등 노후 경유차의 저공해사업에 13억원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총 중량 2.5톤 이상으로 구입 후 7년이 경과한 차량 중 환경개선부담금을 체납해 압류당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

LPG엔진 개조 차량은 폐차 때까지 환경개선부담금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 LPG 엔진으로 개조할 경우 미세먼지를 100% 제거할 수 있고 매연저감장치는 50∼80%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LPG차량 기술 개발 활발=LPG차량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대한LPG협회는 2003년 9월 설립 이후 LPG차량 품질을 개선하고 배출가스를 저감하기 위한 기술 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 R&D 투자비만 45억원이다. 올해도 R&D로 LPG차량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LPG 직분사 엔진인 LPDi 개발 사업은 지난해 말 선행 연구가 끝나 현재 상용화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환경부 국책사업인 친환경 자동차 기술개발사업 과제로 채택, 지난해 8월부터 현대자동차가 주관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LPDi 개발 외에도 중대형 LPG 혼소차량 개조기술 개발, 승용차용 HLPG 연소 및 수소발생 연료개질 기반 기술 등 과제가 포함돼 있다.

협회는 신규 수요 개발을 위해 지게차 등 소형 건설기계에 LPG 엔진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LPG 확대, 선결 과제는

LPG가 분산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과 높은 열량, 친환경성 등의 장점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독립된 에너지원보다는 석유에서 파생된 연료 중 하나로 분류된다.

LPG는 석유제품의 하나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대법)에서 수출입업 등록기준 및 비축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스체 에너지의 특성을 고려해 액화석유가스법(액법)을 별도로 제정했다. 안전이나 하부 유통단계 사항은 액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하나의 에너지가 두 개의 법 적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LPG사업자 중 수출입업자는 석대법을, 기타 충전 및 판매사업자는 액법을 따라야 한다. 통합적인 사업자 관리가 어렵고 법을 적용하는 데 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실제로 현재 LPG수출입업자의 판매가격 결정 등은 지경부 가스산업과가 주관하고 등록기준 및 비축의무는 석유산업과가 담당하고 있다.

LPG 업계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법제연구원과 석대법상 LPG 관련 조항을 액법으로 이관하기 위한 연구를 마쳤지만 정유업계 반대로 논의가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LPG는 가스체 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급성장한 LNG와 달리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외되면서 90년대 후반 이후로 소비가 정체되고 있다”며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청정 연료인 가스체에너지 보급 확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LPG를 LNG처럼 석유제품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로판 산업 구조 개편도 시급하다. 유통구조가 복잡하고 사업자 대부분이 영세해 모든 유통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LPG 판매사업자들은 유통구조 개선사업이 이익을 침해한다며 정부 및 업계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저지하고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이에 내놓은 개선안이 마트나 편의점에서 LPG를 소형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것이다. 시장 개방 및 사업자 간 경쟁 촉진을 통해 가격은 낮아지고 유통구조가 개선된다는 설명이다.

LPG 수입업체 한 관계자는 “기존 체적거래 방식에서는 LPG 용기를 공급자가 소유하나 소형 용기 직판제도는 소비자가 소유하는 형태”라며 “제도 조기 정착 및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해 정부 예산으로 소형 용기 구입 보조금 지원제도를 검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양한 연소기기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관련 업체 R&D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크게 오른 가격도 문제다. LPG는 올해 들어서만 프로판이 59.7%, 부탄이 43.9% 급등해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LPG는 국제유가와 연동하기 때문에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연료별 온실가스 배출량 (단위 :kg/GJ)

출처:Energetics Incorporated(미국 에너지연구기관)

◆LPG가 뭐길래?

LPG는 석유가스를 액화시킨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천연가스전이나 유전 채굴 과정에서 생산하거나 석유화학공장에서 부산물을 회수해 얻기도 한다.

LPG는 프로판과 부탄으로 나뉜다. 프로판은 취사나 난방에 주로 사용되며 도시가스에 열량을 높이는 첨가제로 쓰이기도 한다.

부탄은 차량 및 난방 연료로 이용되고 석유화학 원료기도 하다.

LPG는 냄새와 색이 없다. 사용 과정에서 나는 냄새는 가스가 누출될 때 사람이 감지할 수 있게 첨가한 것이다.

LPG는 탄화수소로 완전 연소하고 황 포함량이 매우 적어 호흡기 질환 원인인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다.

도시가스인 LNG나 압축천연가스(CNG)와 달리 액체 상태로 만드는 게 쉽다. LNG는 영하 163도에서 만들어지지만 LPG는 영하 42.1~0.5도 사이에서 액화된다. CNG는 대기압의 200배 압력이 필요한 반면 LPG는 3배 정도면 충분하다. LPG가 폭발 위험이 적은 이유기도 하다.

액화하면 부피도 크게 줄어 수송과 저장이 편리하다. 프로판은 270분의 1, 부탄은 240분의 1 수준이다. 무게도 물에 비해 절반 정도로 가볍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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