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85> 돌직구

어떤 사람이나 상황의 문제나 약점, 혹은 거론하기 민망한 주제를 거침없이 밝혀 지적하는 말, 혹은 그런 행위.

돌직구는 본래 야구에서 마치 볼이 돌덩이라도 되는 듯 제대로 스윙을 해도 멀리 뻗어나가지 못 하는 구위 좋은 직구를 일컫는 말이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투수가 돌직구의 대명사. 이 표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상대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거침없이 내뱉는 말이란 뜻으로 쓰이게 됐다.

돌직구는 `하얀 거짓말`을 거부하고 배려 없이 `불편한 진실`을 까발리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아프지만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진실, 혹은 사람들이 말하기 꺼리는 내용을 주저 없이 거론한다는 점에서 `막말`과는 구별된다.

돌직구에 대한 선망은 복잡한 사회 관계 속에서 늘 언행을 조심하고, 하고 싶은 말도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도록, 혹은 자신에게 피해가 없도록 돌려 표현할 것을 강요받는 현대인의 억눌린 심정을 반증한다.

직접적 외모 비하나 노골적인 성적 치근댐을 돌직구라 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유머 게시판엔 카카오톡으로 여성에게 노골적으로 성적 요구를 하는 `돌직구` 놀이를 하고 관련 대화를 캡처한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이런 돌직구는 무개념 막말에 더 가까움을 기억하자.

팀 쿡 애플 CEO는 `뉴 아이패드` 발표 행사에서 “삼성전자 태블릿으로 트위터를 실행하면 마치 스마트폰 전용 앱인 듯 깨져 보인다. 쓸 수 있는 앱도 적다”며 삼성전자에 돌직구를 날렸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예전 비서실장으로서 모셨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 FTA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문고문의 정치 철학은 무엇이냐?” “유신 독재 시절 인권 유린 잘못을 시인한 적 있느냐?”며 돌직구를 주고받았다.

* 생활 속 한마디

A: 실장님이 콘텐츠 사업 일환으로 키운 74인조 걸그룹은 가수 중에서 행사를 제일 많이 뛰었지만, 사실 그게 모두 사내 행사였잖아요.

B: 회장님 장남이 하시는 사업에 그렇게 돌직구 날리실 것까지야…….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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