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문화다] <6>이제 G세대가 주류

`당구 한 게임` 대신 `스타 한 판`?

기성세대 남성이 친구끼리 모였을 때 당구를 한다면 30대 이하 세대는 `스타 한 판`을 외친다.

1990년대 후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실시간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대히트하고 전국에 PC방이 들불처럼 번져나가면서 게임이 10대, 20대 젊은 세대의 놀이 문화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그 많던 당구장이 모두 PC방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게임(G)세대가 성장했다. 당시 PC방에 모여 게임을 하던 젊은이들은 지금 게임 `폐인`이 아니라 30대 중후반의 건실한 생활인이 됐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하며 자라온 첫 세대가 이제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이들은 게임을 이해하는 첫 부모 세대기도 하다. 게임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자녀와 즐겁게 게임을 즐긴다. 누구나 게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란 기대가 생기는 이유다.


◇이제 게임 세대가 주류=게임은 `코흘리개 어린이만의 놀이`라는 인식은 게임에 대한 대표적 선입견 중의 하나다. 실제로 게임의 가장 주요한 이용자층은 10대 후반에서 30대에 이르는 남성 이다.

문화부 `201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58.6%가 현재 게임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이용했으나 현재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을 포함하면 국민의 67.1%가 게임 이용 경험이 있는 셈이다.

30대에서도 게임 이용자 비율은 50%를 훌쩍 넘는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게임 이용자 비율은 높아진다. 만 9~14세는 91.3%가 게임을 즐긴다고 답했다. 기성세대의 우려와는 별개로, 이미 사실상 모든 어린이가 게임을 즐기는 셈이다. 게임을 처음 접하는 나이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로 10년 정도 지나면 10세 어린이부터 50대 중년까지 보편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을 전망이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연령별 게임 이용 형태를 회귀 분석으로 추정한 결과, 2020년 우리나라 게임 이용률은 88.6%에 이른다.

이는 우리 국민의 여가에 대한 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1 게임백서에 따르면, 여가 시간에 즐겨하는 활동으로 29.9%가 게임을 지목, 영화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09년에는 3위였다. 게임의 위상을 확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도전 즐기는 `G세대`=사회 주류로 자리 잡은 이들 `G세대`가 바꿔 갈 사회의 모습도 주목된다. 2030세대를 기존 세대와는 다른 `게임 세대`로 재정의 하는 시각도 있다. PC·휴대폰·게임 등 디지털 기술과 함께 태어나 자라온 이들 `디지털 네이티브` 혹은 `게임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독특한 특징과 장점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존 벡 노스스타리더십그룹 회장은 저서 `게임 세대 직장을 점령하다`에서 능동적이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게임 세대`를 `발견`했다. 그는 1980년대 닌텐도 게임기와 함께 자라난, 2004년 당시 34세 이하 젊은이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게임 세대는 팀워크를 중시하고, 불확실한 상황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며, 능력에 따른 보상을 원하는 등의 특징을 보인다”고 결론내렸다.

게임은 친구들과 모여 웃고 즐기며 팀을 이뤄 협력하는 사회적 행동이고, 보상과 도전을 장려하는 시스템이란 설명이다. 이들은 주어진 일과 과제에 게임 미션을 해결하듯 접근한다. 게임 속에서는 실제로 위험을 겪지 않고도 다양한 도전과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이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안정적 대기업보다는 역동적인 스타트업 기업에서 모험에 도전하는 오늘날 젊은이에게 필요한 자질이기도 하다.

◇게임에 대한 인식 바꿔야=실제로 최근 창업 열풍을 주도하는 20~30대 초반 젊은이는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자연스럽게 접하며 살아온 세대다. 전자신문 ETRC가 수도권 10대 학생 330명과 서울대·연세대·고려대·KAIST 재학생 2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우수한 명문대 그룹들이 일반 학생들에 비해 도리어 게임을 즐기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게임 세대`가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 박태순 한림대 교수는 이를 “게임은 이미 `부상` 문화가 아니라 `지배` 문화”라고 표현했다. 게임으로 인한 장기적 변화를 추적하고 달라진 가치를 잘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미 게임이 주류 문화로 부상한 현실을 무시하고, 무리한 억제 정책을 펴는 것은 효과가 없다. 멀게는 18~19세기의 대중 소설에서 최근의 영화·TV가 기성세대의 몰이해와 편견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풍성한 문화적 자산이 됐든, 주류 문화에 편입된 게임도 사회적 자산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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