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기의 TV3.0] 글로벌 포맷의 중요성

글로벌 포맷 개발자에게 `단지 종이에 쓰인 기획안`인 페이퍼 포맷을 제작으로 이어가는 게 핵심이지만 이 아이디어를 실제 제작으로 연결시켜 줄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다. 최근 트레일러 제작과 피칭 과정이 자리 잡아 가고 있지만 고전적인 페이퍼 포맷의 권리를 인정하는 영국과 스칸디나비아의 지식재산권 보호 정책은 TV 포맷제작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미디어 시장 관행상 기획서 권리 보호라는 것이 머나먼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TV 포맷제작 산업 규모가 확대되고 자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며 미디어 시장 변화와 맞물려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대부분 방송사업자는 외주를 주기 전에 제작사 실적과 실력을 보며, 가장 어려운 일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이를 실제로 제작해 반영하는 것이다. 이는 많은 나라의 제작자들이 처한 현실이지만 영국과 스칸디나비아의 방송은 여전히 유럽 전역을 통틀어 가장 덜 보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포맷을 실험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장으로 꼽힌다. 이 지역이 가진 매력 중 하나는 독특한 외주 문화에 있다. 많은 독립 제작사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유럽에서 과거 새로운 포맷과 아이디어를 지원한 기록을 가진 국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는 다른 여러 나라의 미디어 기업에 비해 영국과 스칸디나비아 방송 사업자가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포맷에 투자해 미래 수익을 위해 시장을 확대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국 포맷제작 시장 의존`은 영국 내 제작사에게 선택과 집중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아버지 루퍼트 머독에게 회사를 매각한 엘리자베스의 샤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왔다. 그 결과 2009년에 265만파운드에 달하는 글로벌 매출액 중 40% 는 영국 프로덕션, 30%는 미국 프로덕션이 올렸다. 2010년에는 매출액 중 3분의 1이 영국, 또 다른 3분의 1은 미국, 나머지는 유럽과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 거뒀다. 아시아 시장에서 특히 폭스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영국 제작사에게 유럽이나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네트워크를 제외한 중국과 동북아시아 시장이 큰 기회의 땅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변화는 시작 단계다. 글로벌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아직까지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시장의 진출 가능성은 열렸지만 거래를 가치 있게 할 만큼 지식재산권을 갖춘 제작사를 찾기 힘들다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다. 아직까지 이 지역에서는 독립적인 제작사가 포맷 권리를 보유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시장성 측면에서 제작사를 설립하고 그 위험을 상쇄시킬만한 충분한 수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구수에 비례하여 급속하게 확대 중인 이 지역 미디어 시장의 변화 양상과 디바이스 산업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소비 계층의 증가는 내수 시장은 물론이고 관련 산업의 성장에 주목하게 한다. 중국과 동북아에서는 최근 몇 년간 내수시장에서 유통되는 포맷 유통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자국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제작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 콘퍼런스 등을 개최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 베이징 `인터내셔널 포맷 포럼`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쓰촨 TV 페스티벌`에서 포맷 데이 행사를 열어 중국내 포맷 제작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은 공동제작을 통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자국 포맷 수출을 시도해 수입량에 비해 수출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 포맷 수입량이 증가하고 단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완제품 콘텐츠 수출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포맷의 개발과 수출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국내 시장 경쟁에 함몰돼 개발과 미래 수익이라는 말은 공허한 현실이 되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시장을 소통하는 다리를 놓고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홍진기 콘텐츠랩 대표 jinkihong@contentlab.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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