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한국과 일본의 경제 지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와 일본의 부품의존도는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에 일본은 전력난에 따른 성장기반 훼손과 서플라이체인의 복선화가 겹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고착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7일 업계 및 관계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은 수출 감소와 에너지 수입확대 등으로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됐다. 30년간 이어온 무역수지 흑자신화도 붕괴됐다. 지난해 일본은 연간 2조 4960억엔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월 기준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1조4750억엔)를 기록했다.
한일 무역수지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일 무역적자는 전년에 비해 21% 감소한 285억 8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일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1.3% 증가했다. 일본 기업이 대지진과 초엔고라는 악재를 동시에 겪으면서 한국제품 구매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일 적자품목이던 건설기계, 조명기기, 사무기기 등 기계 품목들이 흑자로 돌아섰다.
일본 내 산업구조는 대지진 이후 전력난과 서플라이체인의 복선화라는 두 가지 요인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오는 4월이면 일본은 모든 원전가동이 중단되면서 `원전발전 제로` 상태에 진입한다. 원전발전을 화력발전으로 대체하더라도 올해 총전력량은 작년 대비 7.0%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제조업 생산율을 10% 정도 하락시킨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또 부품업체 조업중단으로 완성품업체도 조업을 중단해야 하는 서플라이체인의 한계도 노출되고 있다.
일본 산업계는 신재생에너지와 해외자원 개발, 인프라 등으로 산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합종연횡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작업도 병행된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과 일본 기업 간 경쟁 구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기업이 엔고를 등에 업고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된 규모로 신흥국과 해외 M&A시장을 잠식하면서 앞서 진출한 한국기업과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일본을 거울삼아 전력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신재생에너지 및 해외 인프라 산업에 대한 투자 계획을 앞당겨 일본의 기술선점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은 한국과 일본의 원전 정책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왔다.
지난해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장기적 탈(脫)원자력`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전력난이 우려되지만 원전 반대 여론이 강하기 때문이다. 바뀐 정책의 핵심은 원전을 새로 짓지 않고 수명이 다하면 폐쇄하는 방식이다. 일본 원전은 총 54기로 내달 말을 기점으로 모두 원전이 멈춘다.
한국에서도 정부의 원전확대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는 한국과 일본 원전은 구조 측면에서 다르며 안전조치 강화로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비롯한 일부 측에서는 안전성, 경제성, 친환경 측면에서 원전은 문제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지진 이후 일본 주요 산업의 대응전략
자료:삼성경제연구소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