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터넷뉴스의 `소셜 댓글`에 실명인증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5일 각 인터넷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언론사에 선거기간 중 인터넷실명제 운영을 위한 기술적 조치 실시 등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로그인은 실명인증이 아닌 것으로 판단, 다른 방법으로 실명인증을 하거나 선거운동 기간인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소셜 댓글 서비스를 폐쇄해야 한다는 방침을 전했다.
인터넷실명제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고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제약이 풀린 가운데, 언론사 소셜 댓글엔 실명제 잣대를 들이대는 상황이다. 중소 인터넷언론사와 소셜 댓글 서비스기업은 시스템 개편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는 선거운동 기간엔 실명인증을 한 후 인터넷언론사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도록 한 공직선거법 82조 6항에 따른 것이다. 이 조항은 인터넷언론사에 실명 확인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고 `실명인증` 표시가 없는 특정 후보 지지·반대 글이 올라오면 삭제하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지난 1년 사이 대부분 언론사가 소셜 댓글을 채택했다는 것. 소셜 댓글은 SNS에 기사를 전파할 수 있고, 개인정보 관리 부담을 덜 수 있어 최근 국내 언론사 대부분이 채택했다.
선관위는 최근 대부분 인터넷언론 사이트가 채택한 소셜 댓글 역시 공직선거법 조항에 따른 실명인증 대상으로 해석했다.
소셜 댓글 서비스업체와 언론사는 선관위의 실명인증 요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실명제 폐지 의사를 밝혔고, 헌법재판소가 SNS 선거운동 규제에 위헌 판결을 내린 상황에서 선관위가 선거 기간 소셜 댓글에 실명인증을 요구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심이다.
인터넷언론사 관계자는 “소셜 댓글 실명인증 요구는 지난해 10·26 재보선 때는 없었다가 이번 선거에서 선관위가 급하게 마련한 조치”라며 “소셜 댓글을 통한 특정 기사 확장을 경계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뉴스 사이트들은 소셜 댓글 서비스업체와 손잡고 시스템 개편 작업에 나섰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계정 주인이 누군지를 정부가 확인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소셜 댓글 실명제 적용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은 실명인증을 안 해도 되지만 담벼락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실명인증을 해야 한다. 둘 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인데 실명제 적용에는 차이가 있다. 트위터도 리트윗(RT)은 실명인증이 필요 없지만, 트윗은 인증을 해야 한다. 악플러가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사례가 많아 실명인증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건전한 여론 형성을 막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셜 댓글업체 관계자는 “댓글 장벽을 높이면 댓글 수도 줄지만 중도층 의견보다 귀찮음을 무릅쓴 극단의 의견이 많아진다”며 “댓글 수가 늘고 중도층 의견이 많아야 악성 댓글이 희석되는데 실명제는 이를 차단해 도리어 건전한 의사표현을 가로막는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는 현행법에 따라 최대한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에 선거 기간 실명제 폐지를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셜 댓글=사이트에 가입하지 않고 SNS 계정으로 로그인해 댓글을 다는 서비스다. 댓글을 달기 위해 일일이 각 사이트에 가입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고 댓글을 SNS 친구에게 전파해 자신의 의견을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다. 사이트 운영사는 개인정보 관리 부담을 덜 수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