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내 LTE 시장은… '퀄컴 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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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열린 MWC 2012에서 SK텔레콤이 선보인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 기술은 뛰어난 한국 네트워크 기술력을 보여준 사례다. 두 개의 다른 주파수 대역을 하나의 대역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대역폭이 넓어지면서 LTE 속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 현재 800㎒ 대역에서 LTE를 서비스하는 SKT텔레콤이 1.8㎓ 대역폭까지 동시에 사용하면 최고 150Mbps라는 `꿈의 속도`도 가능하다.

하지만 개발이 완료된 이 기술이 올해 상용화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퀄컴의 칩셋 생산일정 때문이다. SK텔레콤 고위관계자는 “상용화를 위해선 퀄컴의 칩셋 생산이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퀄컴 입장에선 마이너 시장이기 때문에 글로벌 사업자와 퀄컴이 발을 맞출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통신시장에 미치는 퀄컴 영향력이 4세대(G) 시대가 되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2G·3G 시장에 비해 4G 시장은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퀄컴 천하`이기 때문이다. 국내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모바일 AP와 특허, 솔루션까지 장악하고 있는 퀄컴과 협력 없이는 신기술 상용화가 어려운 현실이다.

CA 솔루션을 탑재한 퀄컴 통신용 AP(MSM8974)는 내년 초 양산이 시작된다. 통상 퀄컴이 양산을 시작한 후 6개월~1년이 지나야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이 칩셋을 탑재한 휴대폰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SKT가 이 기술 상용화를 `빠르면 내년 6월`이라고 못 박는 이유다. 이 관계자는 “우리로선 퀄컴이 정하는 단계적인 로드맵보다 앞설 경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세계 최초 VoLTE 상용화를 준비하는 LG유플러스도 퀄컴 움직임이 필수적이다. 퀄컴이 자사 LTE 칩셋에 탑재할 VoLTE용 소프트웨어 개발 일정과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폴 제이콥스 퀄컴 CEO가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에게 6월까지 소프트웨어를 개발 완료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하반기 VoLTE 서비스 개시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국산 쿼드코어 스마트폰을 해외보다 반년 가까이 늦게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LTE가 주류로 부상한 국내 이통시장에서 올해 1~2분기께 글로벌 시장에 나오는 3G 쿼드코어 스마트폰은 도입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 먼저 선보이는 옵티머스4X가 국내에선 하반기에 LTE 버전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쿼드코어에 LTE와 3G를 모두 커버하는 퀄컴의 차기 AP를 탑재해 내놓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탈 퀄컴`을 외치며 자체 모바일 AP를 내놓거나 개발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퀄컴의 입지를 추격하는 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국내 업체가 퀄컴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퀄컴에 지불한 로열티는 약 17억5600만달러로,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 증가와 함께 대폭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로열티 수입을 기반으로 퀄컴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왔으며, M&A를 통해 소프트웨어 선행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 국내 LTE 시장은… '퀄컴 천하'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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