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대구의 한 사찰. 학교폭력 고통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대구 한 중학생의 생일상이 차려졌다. 행복한 잔치가 돼야 하지만, 이날은 가장 슬픈 생일이었다. 웃음보다는 눈물이, 박수보다는 슬픔만이 가득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내년 아들 생일상에는 학교폭력이 없어져 평화로운 세상이 됐다는 소식을 꼭 전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학교폭력 문제가 진정국면이다. 학교폭력 종합대책은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에서는 멀어지고 있다. 폭력 문제는 생일케이크 촛불연기와 함께 하늘로 날아가는 것일까.
이런 가운데 학교폭력 주범으로 몰렸던 게임 업계도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게임을 새롭게 조명하려는 시도도 활기를 띠고 있다. 정신과 의사, 뇌과학자, 사회학자 등을 중심으로 게임중독 원인과 결과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예고됐다. 도박과 알콜중독 연구처럼 게임과 중독의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다양한 연구결과가 하반기부터는 나오지 않을까.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접근이다.
그동안 게임 업계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규제라는 장대비가 멈추기만을 기다렸지만 지난 몇 달간 게임은 학교폭력의 주범이었다. 심지어 마약에 비유되기도 했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 발단이 된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 사회시스템 전반을 생각해보는 계기였다. 특정 사안의 원인과 이유를 찾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마련하는 정부 정책수립 과정에는 적잖은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는 국무총리까지 나서 학교폭력을 범정부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고, 이 과정에서 게임중독은 상당히 심각하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 교과부 장관도 (게임이) 교육적으로 문제가 많다면서 스포츠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폭력적 게임은 학교폭력과 분명 `상관관계`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언하는 건 다소 위험하다. 보다 과학적이고 계량화된 통계와 연구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토대로 해법을 마련해야 설득력을 가진다.
게임은 폭력성을 키울 수는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을 낳은 수많은 이유와 요인으로 게임을 지목하는 건 일반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인성교육보다는 경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 부족과 같은 학교교육 체계 및 운영의 문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