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꾼 하면 나 같은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없지만 요란하게 해볼 작정입니다.”
양휘부 신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정부·지상파·통신사와 얽혀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뜻을 내비쳤다. 흡사 작정하고 나선 사람 같다.
취임식 직전 발언이다. 취임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쏟아낸 그의 발언은 `강성`이란 낱말을 쉽게 떠올리게 했다.
그는 “한 마디로 얘기하면 케이블TV 업계의 위기다, 한계다란 말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방법은 있다”고 말해 그런 `위기`를 적극 돌파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실 자문위원,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등 방송계와 인수위원회에서 쌓은 연륜과 인맥이 두텁다.
또 이를 통해 현안과 비전을 해결하고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그가 `요란하게 해볼 작정`이란 말도 사실은 특정 현안을 놓고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임기를 시작한 그는 2015년 2월까지 3년 동안 케이블TV 업계의 각종 현안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협회 사상 처음으로 프레젠테이션(PT) 면접과 경선을 치른 만큼 현안에 대한 이해와 준비도 검증 받은 셈이다.
현재 케이블TV 업계는 디지털방송 전환을 앞두고 있다. 지상파방송사와 재송신 대가 산정 문제를 놓고 지난해 내내 갈등을 빚었다.
KT IPTV·위성방송·초고속인터넷 결합 상품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가 케이블 가입자 시장을 잠식해 오는 데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그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케이블 업계에 구체적이고 확실한 목표를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이를 테면 디지털 전환을 하는 데 있어 최소한 3%라거나 OTS도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어 있으니 어떻게 고쳐달라는 식으로 심부름을 시켜달라”고도 했다.
업계에서 한 목소리만 내 준다면 뭐든 해결이 쉽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을`의 위치에서 방통위에 가라고 하면 방통위에, 기획재정부에 가라하면 기재부에, KT면 KT, 지상파면 지상파에 갈 것”이라고 적극성을 보였다.
업계에 대한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요즘 케이블과 KT스카이라이프 채널 구성이 별 차이가 없고 어떤 면에서는 화질도 오히려 스카이라이프 쪽이 더 낫다”면서 “경쟁에서 이기려면 먼저 채널 서비스 차별화를 이뤄낼 방안을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케이블TV 업계가 지역적 특성을 잘 살려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입자에게 `우리 동네 방송`이라는 개념으로 다가가야 다 플랫폼 시대를 헤쳐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관계, 디지털 전환 등에서도 이런 역할을 기반으로 얘기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