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지갑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터치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변화 핵심에는 근거리무선통신으로 불리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술이 있다. 간단한 터치를 통해 상점에서 결제는 물론이고 모든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태그를 통해 휴대폰 칩과 통신해 생활 주변 모든 것을 편리하게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다. 손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폰과 첨단 기술이 만나 그야말로 생활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NFC 기술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구글, 애플을 비롯해 세계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NFC 가능성에 주목했다. 자연스레 NFC 관련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NFC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정부와 ICT 기업 역시 NFC를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중대한 프로젝트로 바라보고 있다.
NFC 산업 생태계는 복잡하다. NFC 서비스 핵심인 모바일 결제 시장은 이동통신사, 신용카드사, VAN사 등이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복잡한 관계만큼 쉽게 풀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난해 국내에서는 실타래가 풀렸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지난해 6월 방송통신위원회 주도 하에 모였다. `그랜드 NFC 얼라이언스(Grand NFC Alliance)`라는 민관 협의체가 출범했다.
국가적인 NFC 사업에 상호협력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협의체는 이후 3개월여에 걸쳐 대한민국 쇼핑특구인 서울 명동에 NFC존 시범 서비스를 추진했다. 명동 313개 매장에 스마트폰 NFC 기능을 활용해 결제, 주문, 쿠폰 다운로드 등 다양한 서비스를 터치만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현했다. 통합 NFC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국내 표준 규격을 처음 만든다는 차원에서 의미 있는 시범서비스다.
짧은 기간이지만 어느 덧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유수 사업자로부터 NFC 서비스에 관한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앞으로 NFC가 가져올 미래 혁신적인 변화에 대비하고 관련 산업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각 사업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명동 NFC 시범사업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업체 담당자로서 제언을 하고 싶다.
우선 이통사는 NFC 기능을 지닌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NFC USIM과 단말 보안성을 제고해 안전하게 모바일 카드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통사가 수행하고 있는 발급 대행(TSM)시스템을 시장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방하고 사용 비용을 낮춰야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SK플래닛도 쉽고 효율적으로 NFC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 연내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 카드사는 모바일 신용·체크카드 발급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차별적 혜택을 부여해 모바일 카드 고객 확보에 힘써야 한다. 모바일 카드 수익구조를 개선해 실질적인 추진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마스터, VISA 등 국제 카드사가 모바일 이용에 대한 브랜드 사용료를 인하하도록 카드업계 내에서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부는 NFC 협의체에 참여한 이해관계자에게 실질적 참여 동인을 제공하기 위해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제도·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모바일 카드 발급 간소화를 위해 발급 요건 완화, 본인 인증 절차 간소화 등을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방통위는 참여사 간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NFC 협의체를 보다 강력히 이끌고 창업·벤처 지원을 통해 제도적으로 NFC 개발자를 양성해야 한다. 명동 NFC 시범 사업에서 나타났듯이 우리나라는 NFC 선도국으로 잠재성이 충분하다. 참여사 이해관계 대립을 지혜롭게 풀어내 세계에서 가장 먼저 NFC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NFC 산업을 국가 경쟁력 강화와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영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김수일 SK플래닛 커머스사업단장 sooil@s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