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동통신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를 지정하며 MVNO를 제도화한 것은 통신요금 인하 효과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기존 이동통신 3사 중심으로 고착된 이통 시장에 20% 이상 저렴한 요금을 앞세운 신규 사업자를 진입시켜 시장 경쟁을 활성화한다. 이후 사업자간 자율 경쟁이 이어지면 신규 사업자는 물론이고 기존 사업자도 요금을 낮춰 전반적으로 통신요금이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MVNO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다. `저렴한 요금`이라는 목표만 있고 이를 이룰 수 있는 수단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MVNO업계는 이동통신 의무제공사업자 망을 빌려쓰는 값으로 내야 하는 도매제공대가 산정기준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규정한 도매제공대가 산정 기준은 이통사(MNO) 소매요금에서 회피가능비용을 제외하는 소매요금차감(retail-minus) 방식이다. 회피가능비용은 MNO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피할 수 있는 비용이다. 주로 마케팅 비용이다. 가입자 모집·유지를 MVNO가 책임지기 때문에 MNO는 이에 관한 비용은 필요없다.
문제는 소매요금 책정이다. MNO가 모든 서비스를 MVNO에 100% 전하지 않음에도 소매요금이 그대로 설정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MVNO 측 주장이다. 컬러링, 국제로밍, 와이파이 등 상당수 부가서비스가 MVNO에 지원되지 않는 만큼 미제공 서비스를 추가 회피가능 비용으로 넣어 도매대가에서 빼야 한다는 설명이다.
MNO가 MVNO에 도매로 망을 제공함에도 대가산정에 도매이익과 소매이익 모두 포함되는 점도 지적됐다. 대가 산정 시 도매와 소매 이익을 분리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과 괴리된 데이터 도매제공대가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 데이터 도매대가는 종량제와 정액제 구분 없이 통합 산정된다.
실제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가입자가 늘면서 정액제가 대세지만 MVNO는 현 도매대가 구조로는 44, 54 요금제 같은 정액요금을 출시하기 어렵다.
MNO 스마트폰 정액요금제는 데이터 500GB와 음성 200분, SMS 250건을 포함해 4만4000원에 제공한다. 이를 MVNO 도매대가 원가로 전환하면 데이터 값만 7만원에 달해 사실상 MNO와 상품 경쟁이 불가능하다. 종량제와 정액제 데이터 도매대가 체제를 구분 산정해야 하는 이유다.
MVNO가 저소득 계층에 필요한 서비스인 점을 감안해 장애인, 저소득자, 노인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추가 할인 적용도 검토할 만하다.
MNO 3사가 사회취약계층에 30~50% 저렴한 요금제를 지원하는 것처럼 MVNO 가입자 중 취약계층에는 도매대가 할인을 추가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료:한국MVNO협회(의무제공사업자 기준)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