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스피어] 통신사와 스마트TV 논란의 진실

국내 통신사업자가 스마트TV 앱 접속을 제한하면서 생긴 논란은 어느날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방치한 통신사와 제조사, 서비스 제공사간 망 중립성 갈등이 표출된 것이다. 논란이 대부분 3G 및 4G 무선 인터넷 기반이었다면 이번엔 유선 인터넷이라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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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KT는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키는 PC나 아이패드같은 태블릿은 놔두고 100만대 정도 팔린 스마트TV의 앱 접속을 문제삼는 것일까? KT 망을 탄 비율을 50% 이하로 보면 KT 유선 인터넷에 영향을 주는 스마트TV는 50만대 이하다. 아직 트래픽을 만들 만한 상황이 아니다.

유선 인터넷은 2000년부터 PC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며 다양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PC방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었다. 2009년 기준 3조 규모의 온라인게임 시장의 핵심 기반이라고 볼 수 있다. 네이버와 다음도 유선 인터넷 고객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유선 인터넷 가입자가 늘어난 초기에 통신사업자에게 PC제조사, 인터넷 서비스 회사, 온라인 게임 회사는 분명히 고마운 존재였다. 서로 생태계를 발전시켰고 특별히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도 않았다. 자연스럽게 상생의 모습으로 성장해왔다.

문제는 지금이다. 생태계를 이끈 통신사업자는 더 이상 유선 인터넷으로 성장 엔진을 찾지 못한다.유선 가입자 시장이 포화돼 매출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과거에는 고맙게 생각된 회사들이 이제 네트워크의 트래픽과 원가만 증가시키는 `비용`으로 느껴진다. 통신사업자는 이제 자신들이 이 생태계에서 네트워크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유선 인터넷이란 플랫폼 기반의 사업 모델은 과거 10년 동안 합의된 구조이다. 소비자에게 무제한의 트래픽을 제공하는 대신 비용을 받지만, 하드웨어 제조사나 콘텐츠와 서비스 회사에게 망 대가를 받지 않는 모델이 그것이다. 통신사업자도 PC와 태블릿에 대해 인터넷 망 `무단점유`라고 말한 적이 없다. 스마트TV는 `민법`을 근거로 안된다는 주장을 한다면 어불성설이라 생각된다.

`망의 가치에 대한 주장`에 대한 필자의 반론은 유선 네트워크의 가치란 결코 그들 혼자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제 성장에 한계가 오니까 생태계 협력 모델을 바꾸자는 얘기를 하면서 마치 새 제품과 서비스가 망을 `불법 점유`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게 느껴진다.

통신사업자의 유선망 사업이 한계에 이른 것을 이해한다. 또한 사업이란 상황에 따라 협력 모델을 바꿀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협력 모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생태계를 이끌어 신뢰받는 회사가 할 얘기는 아니다.

황병선 청강대 교수 겸 플랫폼전문가그룹 대표위원 (블로그 퓨처워커 http://futurewalker.kr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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