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정자, 현안 해결해 스마트 코리아 이끌어야

정부가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경험과 연륜을 지닌 이계철 전 정보통신부 차관을 선택했다.

정부 부처와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고루 거쳐 전문성을 지닌 인물을 골랐다는 평가다. 다만 이 위원장 내정자로서는 본인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1980~2000년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방송통신시장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과제다. 반대의사를 밝힌 야당을 상대로 강도 높은 인사청문회를 넘어서는 것도 관건이다.

이 내정자의 가장 큰 장점은 경험이다. 체신부와 정통부에서 오래 몸담은 데다 KT CEO로도 재직한 만큼 규제와 진흥 측면에서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방통위 상임위원에 통신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비난을 해소하기에도 적임자다.

방통위로서도 행정절차와 통신산업 모두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수장으로 온다면 위원장 교체로 인한 행정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녹록치 않은 내외부 환경은 넘어야할 장애물이다. 전임 위원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방통위 직원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ICT 산업 활성화 기능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방통위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도 싸늘하다.

이 내정자로서는 취임과 동시에 방통위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업무 추진력을 강화하는데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 내정자는 원칙에 입각해 조직기강을 세우고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신부 시절 이 내정자와 근무했던 한 원로 인사는 “원칙을 지키고 청렴을 중시하는 것은 아무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을 정도로 강직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방통위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된 방송과 통신 정책 균형감을 되찾는 것도 과제다. 방통위는 2008년 출범 이후 방송에 치중된 정책 운영으로 도마에 올랐다. 그나마 방송 정책도 정치적 잣대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통신정책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방송 부문은 뉴미디어 시대에 맞는 선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려되는 점은 이 내정자의 현장 감각이다. 정부는 상임위원들과 원만하게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을 찾기 위해 연륜이 깊은 이 내정자를 선택했다. 반대로 보면 급변하는 스마트 시대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야당 반대도 변수다. 청와대 발표 직후 민주당은 내정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내놓았다. 구 시대 인물이 정보통신산업을 구시대 산업으로 퇴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이 내정자가 KT 사장 출신이고 아들도 KT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라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들었다.

“공직생활 떠난지 20년 만에 복귀여서…”

이계철 내정자는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내정 소식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 내정자는 14일 청와대 발표 직후 이뤄진 전자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아직 정식 임명장을 받지 않았으니 무엇을 물어봐도 `모른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내정자는 내정 소감을 묻는 기자 질문에 “(내정 발표 소식을 접한 후) 여러 모로 바쁘다. 공직생활 떠난지 20년 만에 복귀하는 것인데 지금은 뭐라고 할 말이 없다”며 “다음에 정식으로 기회가 되면 밝히겠다”고 말했다.

공식 취임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각오나 포부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옛 체신부, 정보통신부 재직 시절 `원칙`을 가장 중요시했다는 평가를 받은대로 지나치게 앞서나가지 않고 차근히 위원장 업무를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내정자는 15일부터 서울 무교동에 위치한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 임시사무소를 마련하고 인사청문회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회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이달 말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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