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보화 정책 체계가 서지 않아 혈세 535억원을 낭비할 뻔했다고 한다. 목적이 같은데 이름만 달리 붙인 중복사업이 12개나 됐다. 서로 잇거나 하나로 합칠 수 있는 것도 37개였다.
정부가 해마다 국가정보화시행계획을 마련함에도 이런 상황을 되풀이한다. 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모든 관계 부처가 모여 세부 사업 방향을 논의했는데도 이렇다니 납득되지 않는다. 설마 정부 각 부처 흉중에 `협의 따로 정책 따로`가 깃든 것인가. 아니리라 믿는다. 아니어야 한다.
고질을 바로잡자. 오래돼 고치기 어려울수록 더 적극적으로 헤집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부처별로 사업을 제대로 조율할 제3기관을 만들어 큰 권한을 주자.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맡는 것도 한 방법이다. 관료사회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민간 전문가의 정책 검증 체계를 포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가 지금처럼 무늬만 `컨트롤타워`여선 안 된다. 사업 중복의 책임을 무겁게 물릴 권한을 갖춰야 하겠다. 그래야 부처별 `독임`의 한계를 깨고 올바른 국가 정보화 체계를 세울 수 있다. 혈세를 허투루 쓰지 않을 길이기도 하다.
부처별 사업 계획은 `예산`에 짜 맞추는 경향이 짙다. 예산을 늘려야 기존 자리를 유지하고 새 자리까지 더할 수 있다. 자리를 늘려 조직을 키우려는 행정기관의 생리적 욕구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나 `정책·사업 중복 현상`을 되풀이하면 곤란하다. 공복의 이치로 보아 옳은 일로 조직에 살을 찌우는 자세가 요구된다.
세금 절감도 그렇지만 창의적인 정보화 사업 발굴도 절실하다. 관행적으로 되풀이하는 사업은 많지만 먼 미래를 내다본 기반 과제는 매우 부족하다. 이런 사업엔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뭐라 할 이가 없다. 창의적 사업 발굴 경쟁이야말로 당장 필요하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4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5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6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7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
8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
9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10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