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구장비 엔지니어는 괴롭다

“연봉 2000만원 이하, 10급 기능직 공무원 연봉 80% 수준입니다.”

“3년 계약직인데 원칙적으로 재계약이 안 됩니다. 이직이 최대 고민입니다.”

“연구장비 관리 인력이 없어 대학원생들이 `땜빵`하는 형편입니다.”

박봉, 고용불안, 인력 부족. 국립대 공동실험실습관 연구장비 엔지니어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3가지 단어다. 현장에서 혹은 전화 취재를 통해 만난 전국 26개 공동실험실습관 엔지니어들 중 이 세 가지 고민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비전이 없다`는 자조섞인 한 연구 장비 엔지니어의 한숨에 별다른 위로의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문제는 이런 엔지니어들 한숨이 국립대 공동실험실습관 만의 이야기가 아니란 점이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 등 연구장비가 있는 곳에 근무하는 모든 엔지니어들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국가연구시설장비 공동활용서비스(NTIS)에 등록된 3000만원 이상 연구장비는 2만1658점. 금액으로 환산하면 6500억원 가량이다. 매년 막대한 예산이 연구 장비 구입에 쓰인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관리할 전문인력 수와 처우는 수년째 그대로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없으니 연구장비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특정 연구장비는 엔지니어가 장비를 완전히 익히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 숙련 엔지니어가 자리를 떠나면 이를 대신할 사람이 없어 고가 연구 장비가 제 역할을 못하고 노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최신 장비가 구식이 되고 제대로 활용도 못한 장비 대신 새로운 고가 연구 장비가 다시 자리를 차지한다. 인력 증원 및 처우 개선이란 근본적 조치 없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예산 투자가 계속되는 셈이다.

다행인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뒤늦게나마 해결책 찾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대학과 출연연 실태를 파악하고 연구장비 보유기관에서 활용 가능한 엔지니어 육성과 채용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 `인재대국`을 표방하는 교과부가 `비전` 없는 현장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지켜볼 일이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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