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대학 연구실 화재분석 체계화 시급하다

이종호 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 yij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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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천연가스(CNG) 시내버스 폭발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대학 실험실에서 실험 중 LP가스가 폭발해 교수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연구원과 학생 5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폭발 사고가 대형 화재로까지 이어 지진 않았지만 대학 실험실의 안전사고 위험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안타깝게도 대학 실험실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대학 실험실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실험실 내부와 실험 기자재 등을 태웠으며, 9월에는 연구 중 폭발사고로 교수가 전신 2도 화상을 입는 등 해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로 난방용 전열기구 사용 급증과 사용자 부주의 등으로 화재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안전사고에 취약한 대학 연구실험실의 화재 위험성은 더욱 심각하다. 대학 연구실험실의 화재는 대부분 연구 및 실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인식 부재와 안전의식 결여, 비상대책 미비 등으로 끊이질 않고 있다.

화재는 그 현상이 발현될 때까지 상황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따라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대학 연구실험실의 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실험실 화재의 유형 조사, 원인 분석 등 정확한 통계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위한 정책적·사회적 여건 형성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법률적 한계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으나 발생원인 및 피해조사 시 강제조사권이 없어 직접적인 사고조사를 할 수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나 경찰 등 관련 기관의 협조를 얻어야만 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화재 조사나 통계화가 소방서, 경찰서, 보험사 등 각 기관별 고유 업무 목적달성을 위해 각기 개별적인 법적 근거에 의해 실시되고 있어 통합적인 결과 분석이 어렵다.

또 화재통계 집계의 근간이 되는 연구실험실 사고조사 분류체계도 대학 연구실험실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어떤 기기에서 어떤 경로로 화재가 발생되었는지 파악할 수 없다. `연구실 사고 조사표`도 거의 대부분 서술식으로 기재하도록 돼 있다. 조사자의 주관적인 견해 개입 가능성으로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대학 연구실험실의 화재조사와 통계 자료는 조사단계에서부터 수집단계, 그리고 활용단계에 이르기까지 유의미한 통계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미흡한 체계를 변화시킬 개선책은 있는 것인가? 개선방안으로 첫째, 화재나 사고통계의 분류체계를 개발해 동종 또는 유사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기초자료들을 구축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통계 조사결과의 신뢰성 증진을 위해 사고조사표 형식을 조사자의 주관적 견해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는 서술식이 아닌 체크형식으로 바꿔 통계 분석 및 안전관리에 대해 객관적이고 효율적인 운용과 관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사고조사 시 유관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나 권한 부여 등 연구실안전을 뒷받침하는 정책적인 지원으로 연구실험실 안전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자발적인 관심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연구 활동 종사자의 안전의식을 향상시킴으로써 안전이 하나의 가치관으로 정착되도록 안전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개선책들이 이른 시일 내에 가시화되고 완전히 정착돼야만 연구실험실 화재 등의 재해 위험성을 낮추고 소중한 연구 인력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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