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회사 전무급 임원(본부장) 인사를 둘러싸고 말이 많다. 해당 발전사 사장이 임명하는 임원 인사에 모회사인 한국전력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발전회사 전무급 임원 인사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12월 열린 전력 그룹사 사장단 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중겸 한전 사장이 발전회사 사장들에게 전무급 임원 직위인 기술본부장과 관리본부장 후보로 한전 인사들을 추천했다. 임원후보로 추천할 테니 역량평가를 통과한 후보 명단을 받으면 지목한 사람을 선정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발전회사 사장은 물론이고 임직원 반응은 싸늘하다. 관리본부장과 기술본부장 자리 모두 한전 출신인사를 내려 보내겠다는 데 대해서는 싸늘하다 못해 기가 차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기술본부장은 워낙에 전문성이 필요한 직위이기 때문에 버리는 카드로 쓰고 관리본부장만이라도 한전 출신 인사로 관철하기 위한 위장전술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전은 (자회사와의) 소통과 업무효율성을 위해 전무급 인사를 보낸다고 하지만 발전회사의 정서는 다르다. 발전회사 임직원들은 소통과 업무효율 문제는 사장의 의지와 실무진의 교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전무가 전적으로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한전이고, 발전사는 발전사”라며 선을 그었다. 한전에 있던 사람이 발전회사를 더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발전회사 출신에 비해 업무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소통과 리더십은 개인차가 있을지언정 한전 출신이기 때문에 더 나을 것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발전회사 임직원들은 본부장 직위에 한전 출신이 내려오는 관례가 생기면 내부 승진 등 인사 체계에도 문제가 생기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직원 사기진작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자칫 회사 권위문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전 출신이 관리본부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도는 일부 발전회사는 벌써부터 분위기가 가라앉은 모습이다.
발전회사 전무급 인사로 시끄러운 가운데 지식경제부는 지난 26일 공석이거나 1월 중으로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 9개 핵심보직 후보자 28명을 대상으로 역량평가를 진행했다.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하 공공기관 24개 직위를 핵심보직으로 선정해 해당 직위 후보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후 가진 첫 평가다.
지경부는 학식과 경험을 갖춘 외부 평가 전문가와 공공기관, 지경부 추천 내부 전문가로 평가위원 풀을 만들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겠다고 했다. 역량평가는 정부가 고위공무원단이나 과장급 승진 후보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시하고 있는 방식을 따른다. 역량평가는 복수의 평가자가 서류함기법, 발표, 역할연기, 집단토론, 행동사건면접 등 5가지 기법을 활용해 평가대상자의 위기상황 대처, 이해관계 조정, 전략적 사고, 성과지향, 직무전문성, 효과적 의사소통 등 6가지 역량을 평가한다.
역량평가를 통과한 후보자들 중에서 공공기관장이 적임자를 자율적으로 임명하도록 해 공공기관의 능력중심 인사원칙과 자율 경영권을 보장한다고 했다.
처음 시행한 역량평가는 조만간 나올 것이고 발전회사 사장은 전무급 임원을 임명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역량평가는 지경부가 강조한대로 공명정대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리고 발전회사 사장이 인사문제를 결정할 때 지경부나 한전의 입김이 없어야 하며 어떤 청탁이나 위협도 인사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관례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주문정 그린데일리 부국장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