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운용사 직원 신분 이용, 확정금리로 유혹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원금보장에 연 8%의 확정금리`
27일 경찰에 구속된 국내 유명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A씨가 만든 `가짜 펀드`의 정체다.
`감언이설`로 사람을 끌어들여야 할 가짜펀드치고는 수익률이 높지 않다.
그는 회사의 이름과 펀드매니저라는 신분을 이용해 사람들을 먼저 믿게 만들었다. 그리고 단기에 고수익을 노리는 뜨내기 투자자라면 거들떠도 안 보겠지만, 자산가라면 솔깃할 연 8% 확정금리를 제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만 해도 이 정도 수준의 금리는 은행에 예금만 하면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저금리에다 고물가 탓에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자 연 8% 확정금리는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었다. A씨의 가짜펀드가 투자자들에게 먹힐 수 있었던 이유였다.
회사 명의의 번듯한 가짜 설명서와 계약서까지 만들어 감쪽같이 투자자들을 속여왔던 A씨의 가짜펀드의 실체는 은행창구에서 탄로가 났다.
한 가짜펀드 고객이 은행에서 돈을 찾으면서 창구직원에게 원금보장에 연 8% 확정금리를 주는 펀드가 있다고 자랑을 한 게 계기가 됐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품이라고 판단한 은행 창구 직원은 A씨의 회사에 문의전화를 했다. 이는 A씨 회사의 자체조사로 이어졌고 결국 가짜펀드의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A씨는 가족과 친지들의 돈을 모아 선물ㆍ옵션 투자를 했다가 수십억원 손실를 내자 이를 메우려고 가짜 펀드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03년부터 원금보장에 고수익 확정금리를 준다는 가짜 사모펀드 설명서와 계약서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투자를 받아왔다. `돌려막기`로 이자를 지급했고, 지인이 소개해준 지인으로 투자자를 한정한 덕택에 1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꼬리를 밟히지 않았다.
A씨는 최근까지 투자자 27명으로부터 200여 차례에 걸쳐 101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에게 돈을 맡긴 고객들은 1인당 7천만~2억원의 손해를 봤고, 심지어 23억원이나 피해를 본 투자자도 있었다.
해당 운용사 관계자는 "안타까운 것은 투자경험이 상당한 투자자들이 가짜펀드에 속았다는 것이다. 통상 펀드는 증권사나 은행을 통해 판매되지, 운용사나 펀드매니저가 판매하지 않고, 펀드투자자금을 개인통장으로 보내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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