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치개혁 기대"..정치참여 일단 부인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평가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1일 정치 참여 가능성을 부인해 주목을 받고 있다.
안 원장은 "미국에서 보니 민주당도 전당대회 잘 치르고 한나라당도 강한 개혁 의지를 가진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많다"면서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그런(정치 참여) 고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원 교수 채용을 위한 미국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다.
그는 "(양당이) 소임을 다하면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며 현 단계에서 정치 참여를 부인하는 발언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인적ㆍ정책적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기성 정치권에 개혁 바람이 불어오는 상황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 참여와 관련된 세간의 높은 관심 역시 큰 부담으로 작용돼, 관련된 입장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애초 지난해 9월초부터 태풍처럼 불어닥친 `안풍(安風ㆍ안철수 바람)`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환멸 속에서 형성됐다. 그 결과로 정치권 밖에 있는 안 원장은 단숨에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끌어올려졌다.
이 같은 현상은 정치권 전체에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불어넣어 주며 양당이 쇄신 경쟁에 들어가도록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양당의 경쟁적인 개혁 드라이브는 지난 8일 안 원장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뒤 가속화됐다.
안 원장이 정치에 참여할 경우 가담 가능성이 큰 민주당은 지난 15일 성공적으로 시민참여경선을 마무리한 뒤 강한 야당으로서의 면모 갖추기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안 원장은 미국에서 상당한 고민을 했을 것으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바라보고 있다. 실제 안 원장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과 미국에서의 발언, 귀국 후 발언 내용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가 감지된다.
출국 전 정치 참여에 대한 고민을 직접적으로 털어놓은 안 원장은 지난 10일 미국에서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을 만난 뒤 "지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으나, 12일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인 빌 게이츠를 만난 뒤에는 관련된 발언을 함구했다.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는 "나는 별말을 하지 않았는데 자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며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해석될 만한 소지를 남겼다.
이에 따라 안 원장은 일단 기부재단 설립과 학교 업무 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런 안 원장의 발언에 대해 대선 출마에 대한 직접적인 부인을 하지 않고 현 단계에서의 정치 참여를 부인한 만큼 아직 총선ㆍ대선에서의 야권 지원이나 대선 직행 등의 여지는 남아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개혁 작업이 국민적 신망을 얻지 못하고 4월 총선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등 정치적 지형 변화가 발생할 경우 안 원장의 정치 참여 여부는 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원장은 "올해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올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주어지는 것이지, 제가 시기를 정하거나 택할 수 없는 것 같다"고 `여운`을 남기는 발언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