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상품 인증으로 기후변화 시대를 앞서가라
‘상품에 온실가스배출량이 표시돼 있으면 구매할 때 고려하겠다(84.2%)’ ‘상품을 구매할 때 온실가스배출량이 적은 것을 우선적으로 구입할 의향이 있다(89.6%)’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국민 대부분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저탄소상품을 선택할 의사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온실가스배출량이 적은 상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 동안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은 ‘탄소배출량인증’ 제도를 도입해 상품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배출량이 얼마인지 알려줬다. 하지만 탄소배출량인증만으로는 그 상품의 온실가스배출량이 적은 것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 온실가스배출량이 적다고 자신할 수 있으니 이를 공개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 같은 종류의 상품에 비해 얼마나 배출량이 적은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탄소배출량인증을 업그레이드한 ‘저탄소상품인증’이다. 온실가스배출량이 적은 상품이 무엇인지 확실히 구별해 주는 저탄소상품인증을 살펴본다.
◇저탄소상품인증, 탄소배출량인증과 다르다=저탄소상품인증은 상품의 생산·유통·폐기 등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상품을 국가에서 인증해주는 제도다. 탄소성적표지제도의 1단계 인증인 탄소배출량인증을 받은 상품 중 온실가스배출을 줄인 상품에만 부여한다.
탄소배출량인증은 2009년 도입한 이래 지난해까지 약 500여개 상품이 인증을 받아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만으로는 개별 상품이 얼마만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는 알 수 있으나, 그 양이 비슷한 다른 상품들보다 많고 적은지를 소비자들이 판단하는 지표가 될 수 없다.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은 온실가스배출량 인증을 받은 상품 중 온실가스배출이 적은 상품에 별도의 ‘저탄소상품 인증마크’를 부착해주는 제도를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같은 종류의 상품군을 비교해 이들 중 온실가스배출량이 적은 상품을 알려 줄 수 있으면 소비자가 보다 손쉽게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상품을 선택해 녹색소비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저탄소상품인증은 일정한 수준 이하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저탄소 배출량 기준’과, 매년 일정비율 이상의 저감 수준을 달성하는 ‘저탄소 감축률 기준’을 통과하면 부여한다. 저탄소 배출량 기준은 상품과 서비스업 품목 군별 온실가스배출량 인증 결과를 기반으로 각 품목별 평균배출량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고려해 산정된다.
환경부는 제도 도입 초기부터 지나치게 인증 기준을 강화할 경우 제도 정착과 활성화가 어렵다는 의견을 수렴해, 2014년까지는 두 기준 중 한 가지만 충족하더라도 저탄소상품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저탄소상품인증 획득 과정과 효과는=저탄소상품 인증 제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17개 기업이 저탄소상품 시범인증에 참여했다. 그 중 13개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량을 검증받았고 ‘저탄소상품 인증기준’을 충족한 상품은 총 9종이다. CJ제일제당의 햇반 등 생활밀착형 상품 4종, 리바트가구 등 생산재·내구재 2종, LG전자 등 가정용 전자상품 3종뿐이다.
이들 상품에는 △생산공정 및 상품사용 에너지효율 개선 △폐열회수 시스템 적용 △상품·포장재 경량화 △저탄소 원·부자재 사용 비중 확대 등 품목별로 생산과 소비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축 기술이 적용됐다.
무엇보다 인증을 받은 9개 상품 온실가스 감축량을 연간 전체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매년 약 16만4000톤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한 것으로 산정됐다. 이는 어린소나무 5700만그루를 식재해서 흡수할 수 있는 온실가스량에 해당된다.
제주도에서 1개월 동안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량 14만5000톤CO₂보다 2만톤가량 많은 수준이다. 불과 9개 상품 인증으로도 이 같은 효과가 예상된다.
저탄소상품 인증제도는 녹색소비와 저탄소 기술개발 유도를 통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정책으로, 저탄소 소비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저탄소상품 인증 확대 계획은=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은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탄소배출량인증과 저탄소상품인증제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먼저 민간구매 활성화를 통한 탄소배출량인증 확대에 나선다. 일단 탄소배출량인증을 받아야 저탄소상품인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해 7월 도입한 ‘그린카드’ 제도와 탄소성적표지제도(탄소배출량인증+저탄소상품인증)를 연계할 계획이다.
현재 CJ제일제당·애경산업 등 14개 기업, 56개 상품이 그린카드제도에 참여해 에코머니 포인트(1~5%)를 지급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참여상품을 확대해 그린카드를 쓰면 소비자가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공공구매 활성화를 통한 탄소성적표지 인증 확대에도 나선다. 저탄소상품으로 인증 받은 상품들의 소비 활성화를 위해 ‘녹색상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녹색상품 범주에 저탄소상품을 포함하도록 해 공공부문에서 소비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환경산업기술원은 탄소라벨링 국제표준화(ISO14067)에 공동대응하고 향후 국가 간 탄소라벨링 상호인정협정(MRA) 기반 마련을 통해 저탄소상품인증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탄소라벨링 상호인정협정이 체결되면 국내에서 저탄소상품인증을 받아도 해외에서 똑같이 인정을 받고 인센티브도 기대할 수 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올해 공공·민간부문의 인증상품 소비확대, 타 제도와의 연계를 통해 탄소배출량인증은 신규 200건(누적 700건), 저탄소상품인증 50건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