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1차 부품 협력업체인 A사는 작년 한해 실적 악화로 무척이나 고전했다. 생존 외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이 회사는 그러나 지난해말 스스로 몰라보게 달라진 체질을 실감했다.
LG전자와 함께 진행한 혁신활동 과정에서 생산 공정 불량률을 40% 이상 줄였고 1인당 생산성을 20% 이상 향상시킨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불과 6개월 만에 이룬 성과였다.
A사 대표는 “처음에는 LG전자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당장 다급한 문제를 제쳐두고 화장실과 공조 시설부터 손 보길래 의아했다”면서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강한 체력은 가장 기초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LG전자가 작년 하반기부터 우수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강한 협력사 만들기’ 프로그램이 벌써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강한 협력사 만들기는 구본준 부회장의 1등 철학을 핵심 협력사에 심어 글로벌 선두업체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
LG전자 고유 혁신 활동인 ‘TDR(해체하고 새롭게 디자인한다)’이 협력사용 프로그램으로 발전한 셈이다.
LG전자는 지난해 4개 사업본부 핵심 협력사 30여개를 선별, 하반기 6개월간 강한 협력사 만들기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생산·품질 경쟁력을 포함해 금융·교육·인력·기술 지원 등 5대 과제를 중점 추진했다. LG전자 직원들이 협력사에 상주하면서 생활을 같이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 현장 문제점을 해결하는 식이었다.
LG전자 관계자는 “협력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생산 불량률 개선과 물류 이동거리 단축 등 측정 가능한 성과를 체감하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궁극적인 목표는 LG전자 협력사들이 글로벌 톱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작년 성과와 문제점을 점검한 뒤 이달 중 2단계 강한 협력사 만들기 프로그램을 수립할 계획이다. 올해는 10개 협력사를 추가해 40여개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참여한 B사 관계자는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최근 TDR 활동 효과가 실제 기업 경쟁력으로 귀결되고 있다”면서 “올해부터는 LG전자와 마찬가지로 협력사들도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큰 저력”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8월 28개 핵심 협력사를 세계 시장 점유율 5위권 ‘글로벌 강소기업’ 후보로 다각적인 지원책을 추진 중이며, 오는 2015년까지 총 50개사로 늘려갈 계획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