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이 모두에게 행복한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일반인에게 저작권은 그리 유쾌한 단어는 아니다. 법, 고소·고발, 합의 등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행위와 느낌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병한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의 이 말을 여러번 되뇌어 본다. 과연 저작권이 행복을 줄 수 있을까?
유병한 위원장은 저작권이 모두에게 행복과 웃음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좌표를 제시했다. 합리적인 유통 생태계 조성, 공정이용 활성화 및 조정·중재 역할 강화가 그것이다.
유병한 위원장은 “디지털 혁명으로 갈등은 앞으로도 더 커질 수 있다”면서도 “공정이용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이용자 보호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올해 키워드로 크게 저작권 유통 생태계 구축과 한류 콘텐츠 보호 체계 마련을 꼽았다. 유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위원 25명의 호선으로 제2기 저작권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됐다.
혼재돼 있는 콘텐츠와 저작권의 개념을 보다 선명하게 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저작권 산업과 콘텐츠 산업에 대한 모호한 경계를 산업분류 측면에서 분석, 저작권 산업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립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1일 취임 후 한국저작권위원회를 이끌어 오셨습니다.
▲지난해 저작권 분야는 대내외적으로 매우 많은 변화와 이슈가 부각됐습니다. 대표적으로 FTA 이행을 위한 두 차례 저작권법 개정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보호기간 연장, 일시적 복제, 포괄적 공정이용조항의 도입, 법정손해배상제도 등이 새롭게 규정되면서 다양한 저작권 이슈가 논의됐습니다.
특히 K팝 등 한류가 유럽, 남미 등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해외에서 우리 저작권에 대한 효과적 보호 체계 마련 요청도 커졌습니다.
이와 함께 웹하드·P2P 등이 중심이 되던 기존 저작권 침해 방식이 스마트 기기 보급의 확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저작물 이용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해외 저작권 보호 시스템을 시급히 보강하고, 스마트 환경에서의 디지털 저작권 보호 체계를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올해 화두는 저작권 유통 생태계 강화입니다. 권리자 보호는 기본적으로 하되, 이용자와 서비스사업자도 웃을 수 있는 저작권 이용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천적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스마트 환경에서의 디지털저작권의 보호와 유통 시스템 활성화’에 정책의 무게를 둘 예정입니다. 국내외적으로 불법복제물 유통방지 및 저작권 보호 체계 구축을 통한 한류 등 산업 보호에 적극 기여할 생각입니다.
우선 스마트 환경에서의 디지털 저작권 보호를 위해 ‘스마트 침해전담대응반’을 운영합니다. 모니터링 및 시정권고 등 불법복제물 심의를 지난해 10만건에서 올해 15만건으로 확대합니다.
해외에서의 우리 콘텐츠 저작권 보호 강화도 해 나갈 예정입니다.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률상담 및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입니다. 저작권 침해 우려 지역에서 우리나라 콘텐츠 유통실태를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조사할 예정입니다. 특히 중국 태국 등 4개 지역에서 저작권 침해 상시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저작물 유통 및 이용활성화도 촉진합니다. 저작권 거래를 통한 이용자 편의성 제고를 위하여 디지털저작권거래소 운영을 활성화 시켜 나갑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이관받는 UCI(국가표준 디지털 콘텐츠 식별 체계)사업은 위원회의 ICN(통합저작권관리번호)과 연계성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저작권을 하나의 고유 산업으로 분석할 수 있는 지표도 제시할 예정입니다. 각종 저작권 관련 통계정보를 수집·가공해 국민들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 종합통계집’을 발간합니다.
-스마트 시대를 맞아 저작권 관련 법·제도도 변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저작권 보호 요구는 기술혁신과정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저작권 보호’와 동시에 ‘공정한 이용’을 고려한 균형과 상생의 관점에서의 균형 감각이 중요합니다. 저작권법은 기술의 변화에 쉽게 좌우되지 않는 견고한 원칙 위에 서야 합니다. 저작권 정책의 방향 또한 IT기술 혁신의 속도를 높이는 촉매가 돼야 합니다. 가령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신규서비스에서도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적합한 이용허락 체계가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온라인서비스사업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등 저작권 보호와 이용의 균형과 조화를 고려해 나갈 것입니다.
산업계는 스마트 환경에 걸맞은 법·제도 정비와 저작권 보호기술 연구개발 지원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클라우드컴퓨팅을 포함한 미래 저작권 관련기술 연구개발(R&D)에 50억원 가량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K팝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글로벌 저작권 정책은 어떻게 방향을 잡고 계신가요.
▲K팝 열풍 등 신한류 인기로 한국 콘텐츠의 국제적 영향력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및 동남아 등에서는 여전히 저작권 인식과 보호체계가 미흡해 한국 콘텐츠 보호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지역에서 일방적인 침해대응 위주의 정책을 추진할 경우 부정적 인식을 가져올 수 있어 점진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대규모 상업적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해외사무소를 중심으로 권리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입니다. 콘텐츠를 유통시키고자 하는 회사에 대한 법률 자문과 컨설팅 수요가 많습니다.
위원회는 올해에도 주요 한류 지역에서 우리 콘텐츠 보호와 합법시장 확대에 노력할 방침입니다. 중국은 잘 정돈돼 가고 있습니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올해는 음원 등 음악산업 합법화를 유도해 나갈 예정입니다.
-한미 FTA 저작권 분야 논란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하신가요.
▲저작인접권 보호기간 연장, 일시적 복제 도입 등과 관련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한-EU FTA, 한-미 FTA의 이행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전반적으로 우리 저작권 제도가 선진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콘텐츠 소비국의 지위에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이제 한류가 입증하듯 우리 문화콘텐츠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문화콘텐츠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창작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데 개정법을 통한 저작권 보호가 기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또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제한’이나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금지’ 등의 규정은 기술적인 분야를 상세히 규정, 법 적용의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작물의 이용활성화도 문화 발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인데,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공정이용’ 규정은 이용자가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영역들을 넓혀 줄 것입니다.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 고소장 각하 등 청소년 보호 정책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가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된 한 고등학생의 자살과 일부 법무법인의 저작권침해에 대한 무분별한 고소 남발 등으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됨에 따라 2008년 7월 시행됐습니다. 2009년 3월부터는 미성년자에 한해 한시적으로 시행된 고소장 각하제도가 3년째 운영되어 청소년의 고소 건수가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청소년 보호차원에서 고소장 각하제도는 추가 연장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저작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도는 처음부터 기한 없이 시행된 것으로, 앞으로 계속 시행될 예정입니다. 저작권침해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피고소인의 재범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도는 유효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및 법무부 등과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
*프로필
△1957년생
△학력사항
서울대 법학과 졸업
경희대 대학원 법률학과 수료
미국 인디애나대 로스쿨 졸업
△경력사항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실 교육문화행정관
문화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운영단장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