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풍운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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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의 해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용을 상상 속의 상서로운 동물로 숭배해 왔다. 실존하는 어떤 동물보다도 최고 능력과 권위를 가진 최상의 신물로 여겼던 것이다.

 용은 왕권이나 제왕을 상징하기도 했다. 임금의 얼굴을 용안, 임금이 앉는 자리를 용상 혹은 용좌, 임금이 입는 의복을 용의 또는 용포라 불렀던 것은 이런 사고에서 연유한다.

 용은 변화의 신으로서 구름과 비를 만들고 땅과 하늘에서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였다. 턱 아래 영묘한 구슬인 여의주는 용이 하늘을 날게 하는 신비롭고 창조적인 에너지를 지닌 것으로 여겼다.

 동양에서는 용의 출현을 태평성대나 성인의 출현에 때맞춘 상서로운 전조로 여겼다. 중국 최고의 시인 ‘두보’의 시에는 풍운지회(風雲之會)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용이 바람과 구름을 만나 기운을 얻는 것처럼 어지러운 때는 영웅호걸이 뜻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말이다. 용의 해를 맞아 용이 가지고 있는 변화와 창조성을 우리 기업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

 우리 ICT 기업의 우수한 제품 경쟁력은 세계가 인정한다. 하지만 제아무리 우수한 제품으로 세계를 호령하려 해도 해외 기업과 특허싸움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는 것을 익히 보아왔다.

 지금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시대다. 우리 기업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모든 조직이 발상의 바꾸는 기술과 아이디어로 넘쳐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때마침 기술표준원이 중소기업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적극 키우기로 했다. 올해 신규 제안하는 국제표준 30%가량을 중소기업 기술에서 뽑는다. 반가운 일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판로를 개척하려면 기술력 기반의 표준 선점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기업이 표준특허라는 여의주를 물고 지구촌 이곳저곳을 용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지호 편집1팀장 jho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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