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SUV ‘투아렉’과 고급 세단 ‘페이톤’은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이 기술력과 역량을 총동원해 이름을 걸고 만든 ‘투 톱’ 이라 할 수 있다.
투아렉은 아우디 Q7, 포르쉐 카이엔과 함께 개발된 탓에 상대적으로 이미지가 약화되어 온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마케팅 방법만큼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가령, 투아렉의 외피를 입은 폭스바겐의 사막 경주용차는 지옥의 레이스라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 출전해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디젤차로서는 최초다. 게다가 5.0리터 10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한 1세대 투아렉 V10 TDI 모델은 엄청난 엔진 토크와 차체강성을 바탕으로 보잉747 항공기를 견인해내는 놀라운 ‘토크 쇼’를 선보이며 ‘지상 최강의 SUV’를 자처하기도 했다.
이번에 시승한 투아렉은 지난 해 여름 국내에 출시된 2세대 모델이고, V8 TDI 엔진을 탑재했다. 과거의 V10 TDI와 비교하면 엔진 실린더 숫자가 2개 빠졌고 배기량도 4.2리터 급으로 낮아졌다. 업계의 화두인 ‘다운사이징’에 충실한 것인데, 성능은 도리어 높아졌다.
신형 투아렉의 8기통 디젤 엔진은 종전의 10기통보다 10%정도 높아진 34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최대토크 또한 81.6kgm로 7%가량 상승했다. 이번에도 국내 시판 SUV중 최강의 토크다. 그러면서도 연비는 45%나 좋아진 10.4km/L이니, 박수가 나올 만하다.
국내 시판 모델은 그 성능에 걸맞게 ‘R-라인’이라는 고성능 이미지의 패키지를 더해 내외장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차체 아래쪽이 강조된 디자인과 20인치 대형 휠 등 겉모습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왕의 귀환’이라 할 만 하다. 실내의 금속 장식과 고급스러운 마감도 이 차의 등급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막상 운전대를 잡으면 구형보다도 커진 덩치가 와 닿질 않는다. 훨씬 작은 차를 몰 듯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는 것은 핸들링이 좋아서다. 몸의 쏠림이 신경 쓰인다면 시트의 옆구리 받침을 바싹 조일 수도 있다. 시동 음은 엔진의 괴력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매끈하다. 하지만 주행 시의 엔진음과 배기음은 조용하면서도 은근한 박력이 있어 운전재미를 돋운다. 폭스바겐 최초의 8단 자동변속기는 100km/h에서 1,300rpm에 불과한 회전수를 유지한다. 투아렉의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5.8초에 불과한 100km/h 도달 가속시간이 아찔하기만 하다.
하체의 단단함을 조절할 수 있는 전자식 댐퍼,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 등은 비싼 차를 타고 있다는 만족감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다만, 차체 높이를 ‘특’ 오프로드 모드까지 높여도, 시승차의 낮게 깔린 범퍼와 얇은 타이어가 신경 쓰여 심한 험로에 들어서기는 망설여졌다. 전동 주차브레이크와 오토 홀드 기능,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전동식 테일 게이트는 굳이 오프로드를 찾지 않더라도 일상에서의 편의성을 높여줄 것이다. 구형보다 늘어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한층 넓어진 뒷좌석 공간에서는 대형 유리 지붕의 개방감을 만끽할 수도 있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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