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 내 이름은 `약한 소비자`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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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이었다. 뉴욕 브로드웨이 한 귀퉁이 피자 가게의 인종 비하 얘기가 미국 전역에 알려지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하루도 안 걸렸다. 한국까지 퍼진 시간이다.

 지난 7일(현지시각) 낮 12시쯤이다. 뉴욕에 사는 조민희씨는 전날 저녁, ‘파파존스’ 매장에서 겪은 분노를 도저히 삭일 수 없었다. 파파존스 트위터 계정에 사진과 함께 짧은 항의 글을 올렸다. “참고로 말하면 내 이름은 ‘째진 눈의 여자’가 아니에요(just FYI my name isn`t ‘lady chinky eyes’)” 올린 영수증 사진엔 종업원이 써놓은 ‘Name:lady chinky eyes’란 글자가 뚜렷하다.

 글과 사진은 삽시간에 퍼졌다. 분노한 트위터 이용자들이 퍼다 날랐다. 정치 블로그 미디어인 ‘허핑톤포스트’의 기자가 기사를 쓸 3시쯤 사진을 본 트위터 사용자는 2만5000명이었다. 1시간 뒤엔 10만명이 넘었다. 뒤늦게 사태 심각성을 안 파파존스는 5시쯤 트위터로 사과했다. 몇 분 뒤엔 종업원 해고 사실도 알렸다. 그래도 들끓은 비난을 막지 못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물론이고 수백 개 뉴스미디어에 보도됐다. 아마도 트위터 담당직원은 일요일을 망쳤을 것이다. 뉴스는 한국까지 퍼졌다. 파파존스 한국법인도 월요일에 공식 사과했다.

 이 사건은 SNS 시대의 기업 경영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먼저 SNS 리스크가 커졌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파파존스 경영진이 한 종업원의 잘못으로 이렇게 급격하게 이미지가 실추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이전까지 고객은 불만이 생겨도 해소할 길이 없었다. 해당 책임자나 본사를 찾아 항의하는 게 고작이다. 처리도 오래 걸린다. 사과는커녕 해명이라도 오면 다행이다. 이제 입 아프게 말하거나 기다릴 필요가 없다. SNS에 올리면 그만이다. 공감이 많으면 실시간으로 세계로 퍼진다. 모바일 SNS 시대에 이런 리스크 예방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사후 대응이라도 잘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기업이 드물다. 파파존스는 공식 사과와 해고로 일단락하길 바랐다. 그런데 분노가 더 커졌다. 미디어에 나온 인근 가게 지배인의 발언 때문이다. 그는 바쁠 때엔 ‘푸른 눈의 여자’ ‘녹색 넥타이를 맨 남자’처럼 손님을 식별한다며 해고된 종업원을 두둔했다. 별난 고객이 일으킨 소동쯤으로 여겼다. 파파존스에 대한 크고 작은 불만을 토로하던 SNS엔 불매 운동, 법적 소송 얘기가 갑자기 늘어났다.

 많은 기업이 SNS 담당자를 둔다. 고객과 소통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론 고객 욕구를 읽어 마케팅에 쓰려는 의도다. 정작 마케팅에 별 도움이 안 되고 리스크만 크다. 무차별적인 확산엔 속수무책이다. 그렇다고 남들 다 하는 대응을 안 할 수도 없다. 딜레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SNS를 담당자만이 아닌 모든 임직원의 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다.

 모두가 SNS를 자유자재로 써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CEO나 매장 직원이나 고객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 갖도록 기업 문화를 체화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의 기대와 달리 고객들은 TV광고가 아닌 구매 경험, 종업원 태도로 브랜드와 이미지를 인식한다.

 ‘데니스’라는 또다른 패밀리식당 체인이 있다. 90년대에 잇따른 인종 차별로 곤혹을 치렀다. 결국 544만달러를 배상했다. 데니스는 전 종업원 대상 교육 등의 노력 끝에 2001년 ‘소수민족에 가장 좋은 회사’로 선정됐다.

 고객 불만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달라진 것은 몇 년이나 걸린 소비자 불만 제기가 이제 하루 이틀도 안 걸린다는 점이다. 영향력은 훨씬 더 크다. 비단, 패밀리레스토랑이란 업종과 인종차별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만 국한된 얘기일까.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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