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학기술 R&D 성급함부터 버려야

 정부가 올해 추진할 과학기술 연구개발(R&D)사업 종합시행계획을 확정했다. 지난해(1조9523억원)보다 5.17% 늘어난 2조533억원을 쏟아붓는다. 특히 평가 결과가 좋은 연구과제에 최대 9년까지 R&D 자금을 지원한다. 1단계 3년간 연구를 끝낸 기초연구과제 가운데 성과가 좋은 과제에 3년을 추가 지원한 뒤 우수 과제를 차상위 사업에 3년 더 연계한다. 연구를 끝낸 연구사업책임자가 후속 과제를 지원할 경우 제안서 평가를 옛 성과평가로 대체하고, 연구비 정산보고서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되는 등 행정적 편의를 높이기로 했다.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연구자가 더욱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지원하는 데 신경을 썼다. 대학 내 박사급 계약직 연구원을 ‘리서치 펠로’로 선정해 3~5년 단위로 고용하고, 월급을 300만원 이상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인상적이다. 그동안 월 100만원대 1년 단위 계약에 4대 보험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였던 대학 내 연구원의 복지를 얼마간 개선할 전망이다.

 아쉬운 것은 기초·원천 연구에 여전히 ‘빠른 성과’를 요구하는 태도다. 기초와 원천을 찾는 연구개발을 ‘3년+3년’에 성과에 따라 ‘3년’을 덧붙여 지원하는 체계가 걸맞을지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다. 이런 체계가 논문 조작 같은 거짓 성과와 연구비 횡령·유용 사태를 부른 원인 아니었던가.

 3년쯤 별 문제가 없이 연구성과를 수행하면 3년 더 늘려주는 ‘덧붙이기(+) 지원 체계’는 타성적이다. 6년 안에 성과를 얻어야 할 산업체 응용 기술과제에나 어울린다. 기초·원천을 포함한 과학기술 연구과제에 적용해 연구자를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 진득하게 지원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관련 행정은 더 느긋해져야 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