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SSD 보다 HDD가 빠를 수 있을까`
`답변> 하이브리드HDD라면 잦은 부팅 등 특수한 조건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
세계 최대 하드디스크(HDD) 제조사인 시게이트의 최근 행보에 가속도가 붙었다. 삼성의 HDD사업부문을 문제 없이 인수 완료했고, 경쟁사인 웨스턴디지털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히타치 HDD 사업부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당분간 HDD 시장에서 시게이트의 독주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건 전혀 아니다. 반도체 가격 하락을 무기로 SSD(플래시메모리 기반 저장장치)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 특히 HDD는 SSD에 비해 저장공간 대비 가격 경쟁력은 있지만, 속도가 느리고 안정성이 떨어진다. 특히 속도에 민감한 사용자층이 일반에까지 확대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SSD로 쏠린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시게이트가 지난해부터 내 놓은 것이 하이브리드HDD다. 하이브리드HDD라는 기본 구조는 하드디스크를 유지하되, 대용량 플래시메모리를 추가해 빈도가 잦은 작업 환경의 동작 방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게이트는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모멘터스 XT(Momentus XT) 1세대 제품을 지난해 중순 내놨고, 약 1년 반 만인 12월 중순에 2세대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기존 제품이 4GB SLC(Single Level Cell) 플래시메모리를 장착했는데, 신제품은 8GB로 늘리고, SATA 인터페이스 규격도 2배(6Gb/s)로 늘었다.
또한 기존 제품은 어댑티브 메모리 기술이 적용된 반면, 이번에는 `패스트팩터 플래시 매니지먼트` 및 `패스트팩터 부트` 기술이 추가됐다. 시게이트는 이를 통해 성능이 기존 하이브리드 제품에 비해 1.5배 향상됐다고 주장한다.
#어댑티브 메모리(Adaptive Memory) 기술이 뭐야?
어댑티브 메모리 기술은 디스크 데이터 입출력 상황에 따라 4GB 플래시메모리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버퍼 역할을 수행하도록 유연하게 대처하는 기술이다. 자주 사용되는 데이터를 자동으로 학습해 플래시 메모리로 옮겨, 해당 데이터에 더욱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LBA 읽기와 접근 패턴을 모니터링해서 자체 학습해 성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가장 자주 사용되는 정보들을 SSD에 옮겨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추가된 패스트팩터(FAST Factor) 기술이 뭐지?
하지만 1세대 제품은 플래시메모리를 `캐시`로 사용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플래시메모리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던 셈. 시게이트는 이를 보완하게 위해 패스트팩터 기술을 추가했다. 이 기술은 SSD와 HDD의 장점들을 결합해 애플리케이션 접근 시간 및 부팅 시간 단축, 전반적인 시스템 속도를 향상시킨다.
패스트팩터 부팅 기능은 언제나 빠른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특정 위치에 특정 데이터이터를 고속 부팅하기 위한 공간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패스트팩터 플래시 매니지먼트는 SSD와 HDD의 구조를 완벽하게 통합하여 특정한 소프트웨어 없이도 비독점적으로 완전하게 동작하고 사용자 패턴의 자가학습이 더 지능적으로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테스트를 해 보니
테스트 환경은 2.6GHz 인텔 듀얼코어 프로세서에 인텔 표준 주기판과 4GB 시스템메모리를 사용한 일반 데스크톱 환경에서 진행됐다. 테스트 대상은 500GB 5400rpm 시게이트 2.5인치 HDD, 64GB 도시바 2.5인치 SSD, 그리고 750GB 7200rpm 모멘터스 XT 2세대 세 가지다.
- 부팅시간
윈도7 64비트 기준으로 윈도 부팅 시간은 SSD와 하이브리드HDD가 20~25초로 거의 비슷한 결과를 나타냈다. 5400rpm 으로 동작하는 일반 HDD는 이보다 4배 가까이 느린 75초를 나타냈다. SSD와 하이브리드HDD가 거의 부팅시간이 같은 것은 경이적인 결과다. 따라서 1세대 제품보다 부팅시간이 확실히 개선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이 결과는 서너차례 테스트를 반복해서 진행하면서 부팅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패턴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상당히 느렸지만, 점점 SSD에 근접하는 속도가 나온 것이다. 뒤에서 계속 언급하겠지만 하이브리드HDD의 경우 `학습효과`가 진행될수록 속도가 더 빨라지기 때문에 최소 이상 연속 테스트를 해 달라는 조언이 있을 정도다.
- 전송속도 및 랜덤엑세스
HDTune 테스트 결과 하이브리드HDD는 전형적인 하드디스크 성능을 기본적으로 나타냈다. 처음 테스트를 시도할 때에는 전송속도나 엑세스타임 등이 하드디스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나, 두번째 반복 테스트에서는 전송 그래프 추이가 약간 안정화되면서 엑세스 타임이 1/10으로 확 줄어들었다. 15.4ms 에서 1.58ms로 거의 SSD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HdTach 테스트에서도 랜덤엑세스 타임이 16.9ms에서 0.2ms로 0에 가깝게 급락했다. 이는 두번째 테스트에서 이미 데이터 패턴을 학습하고 플래시메모리의 도움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파일 복사 테스트를 할 때에도 테스트를 반복하면 할수록 속도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이브리드 HDD는 사용하면 할 수록 계속 속도가 빨라지는 특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시게이트 벤치마크 의견 및 총평
테스트 결과 2세대 제품보다 전반적으로 성능이 개선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부팅 속도나 작업 속도가 전반적으로 SSD에 버금가는 결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확인됐다.
다만 시게이트는 하이브리드HDD 성능테스트 벤치마크 가이드 자료에서 "사용자 패턴을 분석해 작동하는 만큼 3번 이상 벤치마크를 실행해서 학습 곡선을 충분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제대로 패스트부트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운영체제를 완전히 새로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순수 읽기쓰기 성능을 분석하는 방식이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실제 연속사용 환경에서 병목현상을 얼마나 잘 극복하는지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테스트 가이드에 따라 진행하지 않으면 전형적인 HDD 성능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의미다.
바꿔 말하면 여전히 하드디스크의 성능 본질은 바뀌지 않은 셈이다. 일반적인 사용 환경이 아닌 `회색패턴`에서는 하이브리드HDD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실제로 1세대 모멘터스XT 사용자들은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자주 반복해서 사용한다면 빨라졌다는 느낌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빨라졌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이브리드HDD가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애정남`도 고민이 될 만한 애매한 가격 정책이다. SSD의 안정성과 성능을 포기하기에는 저장공간이 아쉽고, 일반 HDD보다는 가격이 배 가까이 높다. 해외 가격 기준으로 대당 245달러(750GB)인데, 국내 판매가격은 30만원에 가까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없진 않다. 모멘터스XT 제품군은 과도기적인 제품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저장공간과 속도 모두 만족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이 아닐까 싶다.
글, 사진 = 전자신문미디어 테크트렌드팀 서명덕 기자 md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