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정말 정보통신기술(ICT)에서 폭풍과 같은 한 해였다. 정신없이 몰아닥치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 운용체계(OS) 간 소프트웨어 전쟁 속에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우리의 현실을 우려 속에 바라보며 시작했던 해였다. 특히 스티브 잡스를 바라보면서 우리 사회에선 왜 이런 인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부러움과 아쉬움이 점철한 해였던 것 같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 어느 해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특히 애플 ‘아이폰’ OS와 소프트웨어가 강조되면서 시급히 관련 산업을 육성해 국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삼성 같은 대기업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해 관련 직군을 별도로 만들어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플은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인가? 사실 애플의 태생은 ‘맥(Mac)’이라는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였다. 컴퓨터에 필요한 OS와 소프트웨어를 만들면서 능력을 키웠다. 인텔과 같이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컴퓨터를 만들면서 하드웨어 기술도 키웠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애플은 프로세서라는 하드웨어로부터 맨 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단일 체계를 가진 회사다. 이런 바탕 위에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앱(애플리케이션) 시장을 창출·주도해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해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자가 함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경쟁력 있고 능력 있는 회사는 애플처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문업체로 거듭날 기회를 노린다. 특히 모바일 컴퓨팅 분야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다. 구글은 올해에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해 많은 기업의 경계 대상이 됐다. 구글은 향후 소프트웨어를 안정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독자 하드웨어 플랫폼을 모토로라모빌리티를 통해 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도 삼성의 경쟁력 있는 하드웨어 제조능력을 부러워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제조’라는 큰 틀 속에서 커다란 성장을 이룩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또한 큰 자랑거리다. 하지만 그 한편에 소프트웨어는 그저 제품을 완성하기 위한 부품으로 인식된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소프트웨어는 유형의 자산이 아니고 무형의 자산으로서 그 가치를 더 인정받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이제 단순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만으로 세상을 지배하기 힘들 것 같다. 모바일 시대에는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모바일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이러한 무형의 소프트웨어 가치를 유형의 하드웨어 플랫폼과 동등하게 평가해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줄 때 비로소 소프트웨어산업이 발전하고 번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자랑으로 하는 제품들도 그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다.
지난 2004년 지금 구글에 있는 앤디 루빈이 ‘안드로이드’를 소개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방문했다. 삼성전자는 그때 그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만일 그때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면 지금처럼 세계를 지배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었을까? 다가오는 2012년부터는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좀 더 합리적으로, 그리고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창조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기반을 만들기 바란다. 이를 통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작은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고 대·중소기업 간 상생이 되어 새로운 ICT 부흥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박능수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neungsoo@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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