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S도 `시큰둥`…눈높이 후퇴 없어
스마트폰 소비에 ‘톱니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톱니효과(ratchet effect)는 한 번 올라간 소비 수준이 쉽게 후퇴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롱텀에벌루션(LTE), 5인치대 대화면 등 초고사양 스마트폰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한 번 올라간 소비자 눈높이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28일 네이버·다음 등 휴대폰 커뮤니티에는 5.3인치 대화면 ‘갤럭시 노트’ 사용 이후 다른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아서 쓰기 불편하다는 사용기가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 갤럭시 노트 카페 회원인 아이디 ‘자청순수’는 “갤럭시 노트의 최대 단점은 2일 이상 사용하면 이제 다른 폰은 너무 작아 보여 사용하기 힘들다”는 사용기를 올렸다. 아이디 ‘얼리모닝’은 “갤럭시 노트를 집사람에게 하루 빌려줬더니 자기가 쓰던 갤럭시S2는 너무 작아서 못 쓰겠다며 바꿔 가버렸다”고 동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4월 4.2인치 갤럭시S2가 출시됐을 때 4인치 갤럭시S 수요를 빠르게 대체한 것과 비슷하다.
LTE폰 사용자 사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LTE폰을 구매한 뒤 주위 가족과 친구도 기존 3G폰을 LTE폰으로 바꾸는 사례도 잦아지고 있다.
조원석 LG유플러스 상무는 “LTE폰으로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재생해 본 사람에게 다시 3G폰을 쓰라고 하면 답답함을 하소연한다”며 “LTE를 한 번 경험해본 사람이 다시 3G폰으로 돌아가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 ‘아이폰4S’는 3.5인치의 작은 디스플레이와 LTE보다 느린 통신 속도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은 ‘아이폰4S’ 재고물량 소진이 어렵게 되자 출시 두 달 만에 가격인하까지 단행했다. 반면에 LTE폰은 당초 예상보다 10여일 가까이 빨리 국내 누적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불황일수록 소비자들이 다른 소비를 줄이고 명품이나 프리미엄 제품 소비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 새해에도 ‘톱니효과’는 지속될 전망이다.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도 톱니효과에 맞춘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은 일제히 쿼드코어 LTE폰과 프리미엄 스마트패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도 신규 스마트폰을 LTE폰 위주로 출시 라인업을 구성했다.
고중걸 로아컨설팅그룹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LTE폰이나 갤럭시 노트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에 눈높이가 높아지는 톱니효과는 제조사와 통신사의 집중적인 마케팅이 더욱 부추기는 측면도 크다”고 분석했다.
<용어해설>
톱니효과=경제학자 J S 듀젠베리에 의해 정의된 이론. 쌀밥을 먹는데 익숙해지면 소득이 줄어도 보리밥을 먹으려하지 않는 소비 패턴을 말한다. 경기침체로 소득이 줄들러다도 소비가 같은 속도로 줄어들지 않아 경기후퇴를 억제하는 톱니작용을 한다는 데서 비롯됐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