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에서 외국인 채용이 가장 인색한 분야는 인터넷 벤처다. 대기업은 10년 전부터 해외 인재 확보에 나선 결과, 이제는 임원까지 나올 정도로 성과를 거뒀다. 중소 제조업은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인터넷 벤처에게 해외 인재는 매우 중요하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개방성이 더 높아졌다. 굳이 페이스북을 언급하지 않아도 ‘앵그리버드’ 개발사 토비오처럼 잘 만든 게임 하나로 세계적 벤처로 도약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한국 벤처는 아직도 단일 민족=우리나라 인터넷 벤처의 글로벌 인재 채용 현황은 어떨까. 벤처기업협회조차 정확한 통계를 잡기 힘들 정도로 미미하다.
한국 인터넷 벤처의 대명사 NHN은 3600명이 넘는 임직원 중 외국인은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임원은 고사하고 개발 인력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에 NHN재팬이 있지만 역시 일본인이 90%다. 나머진 한국에서 파견한 직원이다.
NHN 관계자는 “한국이나 일본 모두 세계 시장을 바라보고 서비스를 개발한다”며 “외국인 채용에 특별히 장벽을 두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 선두주자 엔씨소프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 2300명 내외의 직원 중 개발자가 60%를 넘는다. 언어 장벽이 크지 않은 직군 비율이 높지만 외국인은 20명을 밑돈다. 책임자 중에는 외국인을 찾을 수 없다.
이 회사도 NHN과 마찬가지로 외국에 개발 조직을 갖고 있다. 엔씨소프트 측은 “미국에 3곳의 개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등 글로벌 인재와 함께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NHN과 엔씨소프트는 많은 외국인을 채용했지만 섞이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에선 한국인끼리, 일본에선 일본인끼리, 미국에선 미국인끼리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아시아 IT기업 톱30에 드는 두 회사가 글로벌 흥행 서비스를 갖지 못한 배경에는 이러한 폐쇄성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터넷 개항도 일본이 빨랐다=일본 상황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일본 벤처는 외국인 채용의 문호를 활짝 열었다. 계기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의 성공한 벤처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스마트폰 게임 업계다. 쌍두마차인 디엔에이(DeNA)와 그리(Gree)의 외국인 채용은 적극적이다. 디엔에이는 개발자를 중심으로 외국인을 충원한다. 현재 20% 수준인 외국인 비율을 2015년에는 50%로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회사 난바 도모코 CEO는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된 팀은 아이디어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그리도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취업 설명회를 열고 현지 채용에 나섰다.
일본 인터넷쇼핑 1위 업체인 라쿠텐은 올해 120명 정도의 외국인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신입사원 선발 예정 420명 중 약 30%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이 회사는 2013년 이후에도 연간 100~150명 규모의 외국인을 채용할 방침이다.
인터넷 광고업계 선두 주자인 사이버에이전트는 앞으로 1년 동안 외국 인력을 500명까지 늘린다. 전체 직원의 10%를 웃도는 수치다. 이 회사는 소셜미디어 ‘아메바피그’를 세계 각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글로벌 인재가 글로벌 벤처를 만든다=스마트폰 서비스와 콘텐츠는 국경이 없다.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마켓이라는 열린 장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터넷 표준 HTML5가 확대되면 더욱 개방적 환경으로 발전한다.
결국 성공은 얼마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가 모여 보다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는 서비스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가에 달려 있다. 이 공식은 개발뿐 아니라 마케팅에도 적용된다. 인종이나 국적, 종교의 차이는 이제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시대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IT 업계에서 글로벌 성공을 거두려면 특정 국가에 적합한 상품이나 서비스로는 불가능하다”며 “국경을 초월한 공감을 얻어내려면 다양한 시각과 아이디어가 필수적이다”고 조언했다.
일본 인터넷 벤처의 해외 진출 현황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