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의 맹주 HP와 델이 중소 총판업체를 앞세워 공공 조달 시장에 발을 들였다. 동반성장위원회와 국내 PC제조업계가 데스크톱PC를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할지를 두고 진통을 겪는 가운데 HP와 델이 선수를 쳤다. 두 회사는 공공조달자격을 갖춘 중소업체와 각각 총판 계약을 맺어 중기적합업종 선정 여부에 관계없이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데스크톱PC가 중기적합업종이 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공 조달 시장에 참여할 수 없다. 중기적합업종에서 데스크톱PC가 빠지더라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상생 차원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공공 시장 점유율이 임의로 제한된다.
형평에 어긋난다. 최소한 총판을 우회한 HP와 델의 공공 조달 시장 진입을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리 못한다면 HP와 델에도 “우리 중소기업과 상생하라”고 요구해야 마땅하다. 국내 대기업의 데스크톱PC 사업만 덤터기를 쓰면 곤란하다.
중소 PC업계는 국내 대기업이든 HP·델이든 덩치 큰 업체의 공공 조달 시장 진입이 몹시 거북하다. 데스크톱PC의 중기적합업종 선정 여부를 떠나 큰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아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 하겠다.
정부와 동반성장위가 더 신중해야 한다. HP·델 같은 다국적 기업의 PC가 공공 조달 시장을 잠식하면 중기적합업종 선정 정책은 그냥 놓아두느니만 못한 꼴이 된다. 실제로 삼보컴퓨터 같은 중견 PC업체가 HP·델처럼 중소 총판을 내세워 공공 조달 시장에 제품을 공급할 수도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 LG전자도 총판을 우회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결국 당국이 엉뚱한 정책으로 시장에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 첫 단추부터 다시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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