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온 이마트TV·롯데마트TV·옥션TV는 가격을 무기로 큰 인기를 끌었다. 판매 개시 불과 몇 시간 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동나거나 제품을 사기 위해 매장 개장 이전부터 줄을 서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유통업계는 대형마트에서 TV 위주로 시작된 ‘유통-제조사 결합 제품’ 모델이 새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사한 형태의 마케팅을 준비하는 유통점이 늘고 PB 제품군도 좀 더 다양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들 제품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는 역시 ‘가격’이 꼽힌다.
◇유통-중소제조사 ‘윈윈’ 모델=그동안 중소기업이 출시한 자체 브랜드 제품은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TV사업에 뛰어들었던 중소·중견 기업들이 이미 수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마케팅 능력·브랜드 파워·사후관리(AS) 등에서 뒤졌다.
하지만 최근 PB TV는 유통사 마케팅을 대거 활용하면서 일단 시장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중소기업 제품은 ‘고장이 나면 대책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대형 유통사가 책임진다’는 보장제를 내걸면서 낮췄다. 문제 발생 시 ‘무상 교환’을 해주거나 대우일렉 등 전문 AS망과 연계해 사후관리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유통사는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하고, 중소 제조사는 사업기회를 얻는 대표적 ‘윈윈 모델’이라는 것이다.
◇제품군 확대 전망=미국시장에 PB로 TV를 납품한 경험이 있는 중소제조사는 최근 인터넷쇼핑몰·소셜커머스·전자제품 양판점을 대상으로 TV 출시를 동시에 타진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통사와 제조사가 공동 참여한 제품을 출시하는 데는 보통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며 “제품 성능 테스트에만 한 달 이상을 쓰기 때문에 성능은 충분히 검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유통사 전문 PB 가전제품은 TV 위주였다. 유통점들은 TV 성공을 토대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일명 ‘안철수 마우스’를 이달 초 선보였다. 잘만테크에서 안철수연구소의 바이러스 방지 솔루션을 탑재해 롯데마트와 함께 출시한 제품이다. 전자랜드도 새해 전자랜드 전용 모니터, 노트북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홈쇼핑, 인터넷쇼핑몰에서 우수 중소제품을 선정해 PB 제품화하는 안을 타진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LG 대응은=중소기업이 만들고 대형 유통사가 판매하는 PB 가전이 확대되면서 삼성전자·LG전자 대응방식도 관심거리다. 두 회사는 국내 TV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해왔다. 최근 분위기는 ‘찻잔 속 태풍’ 차원을 넘어서는 모습이다.
삼성·LG는 우선 중소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전략과 보급형 제품군을 확대하는 이원화 대응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적인 가격경쟁은 부담이 크다. 이보다는 부품 대량구매를 통한 원가절감·부품 모듈화 등 기술우위로 보급형 제품을 늘려갈 수 있다.
유통사들이 더욱 공격적으로 PB 제품을 확대하지 못하는 것은 최대 제조사인 삼성·LG와의 관계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가전유통점 한 관계자는 “가전 유통시장에서는 최대 물량을 공급하는 삼성·LG와의 신뢰를 무시할 수 없다”며 “PB 제품을 통한 이익과 대형 제조사와의 협력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둘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