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최대 전화사업자 텔레포니카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주주배당을 축소하기로 했다. 전년 대비 14%까지 줄인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이 전화가입을 취소하거나 저렴한 업체로 바꾸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성장세 둔화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텔레포니카는 최근 9분기 중 지난 8분기 이익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부채를 줄이려 분투하고 있지만 차입금은 550억 유로(약 82조8800억원)를 넘어 과다 상태다. 주가는 올해 23% 하락했고 주가총액도 600억 유로(약 90조4200억원)로 줄었다. 텔레포니카는 2013년까지 연평균 매출증가율을 1~4%로 전망해 왔다. 블룸버그는 이 회사의 매출 증가율을 새해 0.6%, 2013년 1.6%로 예상했다.
각 사업 부문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텔레포니카의 브로드밴드 시장 점유율은 지난 10월 50% 이하로 떨어졌다. 이 회사의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스페인 전화사업이 1996년 독점에서 경쟁 체제로 개편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프랑스 대형 은행 소시에테제네랄 관계자는 “텔레포니카가 새해 2월 24일 실적 발표 시 이익 전망을 낮추고 배당금을 더 축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앙헬 비야 텔레포니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4일(현지시각) “여전히 2011년 재무목표를 고수하고 있다”며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내린 배당 축소 결정은 유동성 문제 때문이 아니다”고 시장의 비관적 전망에 선을 그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전화사업자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7.8%다. 텔레포니카의 배당수익률 12.1%는 유럽의 케이블&와이어리스 커뮤니케이션스, 포르투갈 텔레콤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샌포드 C. 번스타인의 로빈 비에넨스톡 분석가는 “이번 배당축소는 텔레포니카 경영진이 근시안적 시각을 버리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텔레포니카는 경제가 성장세인 라틴아메리카에 의존도를 높이면서 지난 3분기에 매출의 47%를 이 지역에서 거뒀다. 세자르 알리에타 텔레포니카 최고경영자(CEO)는 스페인 본사 직원수를 줄이고, 주요 인수합병(M&A)을 중단시키고, 실적이 저조한 스페인 부문을 유럽 사업부에 귀속시켰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