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에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잇따르자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갑작스런 정전사태가 발생하면 입출금 대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이미 지난 9월 발생한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를 겪고 나서 구체적인 정전 대응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당시 한전은 늦더위로 전력 수요가 몰리자 `순환정전`에 나섰다. 이 때문에 은행 영업점 400여곳의 마감업무가 지연됐다. 일부 자동입출금기(ATMㆍCD)는 가동이 중단되고 창구 업무처리가 늦어져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은행들은 이런 사태를 막고자 다양한 대비책을 세웠다고 장담하면서도 혹시 취약한 부분이 더 없는지 확인하고자 정밀 점검에 들어갔다.
우리은행은 전력난에 따른 정전에 대비해 최근 비상 발전차량 2대를 확보했다.
은행 영업점에는 대부분 정전 시 비상 발전기로 전력 공급을 유지해주는 무정전시스템(UPS)이 설치돼 있으나 비상차량은 UPS가 없는 영업점을 지원한다. 비상사태가 생기면 긴급 출동해 전력을 공급해주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 발전기를 임대하고자 지역별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하나은행은 이달 들어 각 지점의 낡은 UPS 100여개를 신제품으로 교체했다.
본점에는 별도의 자가발전장치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유사시 석유를 이용해 전기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마저 작동되지 않으면 별도의 백업시스템을 돌린다.
KB국민은행은 전 영업점에 설치된 UPS 점검을 강화했다. 지역별로는 발전기 협력업체를 선정해 정전 시 2시간 안에 긴급출동 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은행은 UPS에 자체 발전기까지 갖추고 있어 정전 시에도 결제시스템이나 업무에는 차질이 없다고 자신한다 .
지난 10월에는 업무 시간 중 수십 분간 전력을 모두 끄고 UPS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모의훈련까지 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대비책이 대부분 UPS에 의존하고 있어 돌발 사태를 막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UPS는 축전지로 작동하므로 방전되면 충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16일 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실제로 9월 정전 사태 당시 UPS를 갖춘 대한적십자 소속 헌혈의 집 5곳에서 헌혈이 중단됐다.
UPS와 헌혈 장비가 연결되지 않거나 축전지가 방전됐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UPS는 2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으므로 정전이 계속되면 무용지물이 된다"며 "이 때문에 UPS를 충전할 수 있는 발전 업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대비책을 여러모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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