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 임원의 빛과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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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임원 인사가 한창이다. 일정을 못 잡은 SK를 빼곤 대부분의 대기업이 이달 안에 마무리한다. 올해엔 예상을 뛰어넘는 승진 인사가 두드러졌다. 삼성은 어제 삼성전자 226명을 포함, 무려 501명이나 승진시켰다. 사상 최대다. 경기 침체 속 뛰어난 경영 실적을 반영한 인사다. 최고경영자(CEO) 후보와 실무책임자 군을 두텁게 해 미래 경영 변화를 준비했다.

 LG전자 승진 임원은 지난해보다 넷이나 더 늘었다. 실적 부진을 감안하면 대규모다. 삼성전자는 인사의 방점을 휴대폰에, LG전자는 TV에 찍었다. 두 회사가 각각 세계 스마트폰, 평판TV에서 약진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대기업 임원을 ‘별’이라고 부른다. 월급쟁이 세상에서 빛나는 존재다. 또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신입사원 1000명 중 단 6명이 그것도 21.2년이 걸려야 차지할 수 있는 자리다. <한국경영자총협회 2011년 10월 조사> 이런 자리인 만큼 대우도 확 달라진다.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나, 억대 연봉에 고급 자동차, 집무실, 골프회원권까지 받는다. 퇴직 예우도 붙는다. 가족친지, 친구까지 불러 모아 잔치를 벌일 만하다.

 기쁨이 오래가지 않는다. 집무실에 홀로 앉자마자 막중한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산더미 같은 일감이 기다린다. 부장 때보다 스트레스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누구보다 먼저 월급쟁이 최고 자리에 올랐다는 기쁨은 잠깐이고 부담감에 며칠간 밤잠을 못자겠더만” 한 대기업 임원의 말이다. 갓 임원을 단 이들이 곧 마주할 현실이다.

 임원 승진은 퇴직 임박의 신호다. ‘만년 부장’이라는 말은 있어도 ‘만년 임원’이란 말은 없다. 나이 많은 것도 아닌데 승진 이듬해 퇴직한 임원도 있다. 승진임원과 퇴직임원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다만, 시차가 좀 있을 뿐이다. 사상 최대 승진 인사라면 사상 최대의 퇴직 가능성도 있다. 회사 그만둔다고 인사에 나오는 것도 아니니 지인들도 뒤늦게 안다. 지인보다 먼저 헤드헌터의 전화를 받는다면 다행이다. 아직 쓸 만하다고 인정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임원 승진의 근거는 무엇보다 성과다. 제 분야에서 뛰어난 실적을 보여야 승진길이 열린다. 승진엔 앞으로 더 큰 성과를 내라는 기대가 녹아 있다. 그것도 당장 1년 안에. 이게 쉽지 않다. 전통산업과 달리 시장 환경이 시시각각 바뀌는 전자정보통신산업에선 더욱 그렇다. 잘 나가던 사업이 갑자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 대안을 찾아 미래 흐름을 읽고 준비해도 결실은 몇 년 뒤에 나온다. 당장 성과를 보일 수 없는 일에 손을 대기 싫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더 뛰어난 후배를 키우는 것도 임원의 임무다. 교과서에만 있다. 후배를 키워봤자 제 자리나 존재가치를 위협할 것이라 믿는 임원들이 많다. 부장 때엔 ‘저런 임원처럼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건만 어느덧 그 임원과 똑같이 행동한다. 조금 지나면 스스로 알아채지도 못한다.

 그 빛의 밝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임원은 여전히 ‘빛나는 별’이다. CEO의 눈엔 ‘작은 별’이나 직원에겐 ‘큰 별’이다. 직원에겐 거창한 회사 비전이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임원은 비전 그 자체다.

 CEO들은 회사 미래를 위해 임직원의 열정, 창의력, 추진력을 어떻게 끌어올릴까 고민한다. 그 출발점은 당장의 성과와 미래를 동시에 준비하고 후배 양성을 게을리 하지 않는 임원을 더 많이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그래야 회사의 비전과 직원 개인의 비전 사이 교집합이 커진다. 덩달아 회사에 활력이 생긴다. 이렇게 해보겠다는 포부를 가진 승진임원, 또 이렇게 하고 싶었건만 못하고 아쉽게 떠나는 퇴직임원, 당신들을 응원한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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