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우리가 잘하지 않으면 올해 1조달러 했다고 축하하다가 내년부터 어떤 사정에 빠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무역 1조달러 돌파 후 후퇴한 영국·이탈리아의 사례를 들며, 불확실한 새해 경제 상황에 대한 철저한 경계와 대비를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 각 부처 장관과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경영자총연맹 등 주요 경제단체와 자영업자·주부·학생 등 일반 국민까지 참석한 ‘2012 경제정책 방향 보고회’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관련기사 정책면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 거시경제·수출·무역 관계 부처도 올해 우리나라가 거둔 내부적 성과와 관계없이 내년에 위기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쪽에 정책 방향을 맞췄다. 재정부는 성장을 포기하더라도 국민 경제와 서민 안정에 맞춘 정책 운용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지경부도 유럽시장 수요 축소에 따른 수출 악영향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경제 활력 제고=정부는 내년 경제 활력 제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재정 60% 내외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해 공기업 선투자를 유도하는 등 글로벌 재정위기에 선제 대응하기로 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투자기업에 국한된 지원 제도를 국내 기업으로 확대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경제자유구역 투자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 또 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감면기간을 연장하고 민간 선(先)투자에 대한 인센티브율을 4%에서 5%로 높이기로 했다.
포스트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터키·콜롬비아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타결을 추진한다. 아프리카·중남미 등 신흥시장에 대한 무역보험 지원을 올해 787억달러에서 내년 862억달러로 확대한다.
중소기업 긴급 유동성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도 연장한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10월 도입된 이후 다섯 번째 연장이다. 다만, 구조조정이 미뤄지는 것을 막고자 장기간 머무는 기업은 줄이기로 했다.
◇IT경기 개선은 어려울 듯=정부는 내년 주요 IT품목 채권단 중심의 경기가 올해보다 다소 나아지겠지만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는 세계경제 성장세가 약화되면서 내년에도 수요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지만 올해보다는 매출 증가율이 소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반도체는 PC수요 부진 등으로 향후 일본 대만의 감산이 본격화되면서 단가는 다소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보급이 늘면서 낸드플래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LCD는 내년 런던올림픽과 유럽, 아시아 국가의 아날로그 방송 종료 등의 이유로 인해 올해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수요가 증가할 여지가 적고, 중국 기업이 신규 생산라인을 가동하면서 단가 회복이 더디게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휴대폰은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10% 이상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재정부는 내다봤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