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디지털프라자(법인명 리빙프라자)가 하반기 수도권 점포에서 시작한 가격표시제를 새해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 가격표시제는 매장에서 제품 가격을 제시하고 이를 준수해 제품을 판매하는 제도다. 고객 협상력이나 판매사원 재량에 따라 같은 제품이 다른 가격에 사고 팔리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리빙프라자는 올 하반기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159개 점포에서 가격표시제를 도입했다. 내년 1월부터는 전국 매장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12일 밝혔다. 권역별로 단일 제품에 단일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디지털프라자 관계자는 “가격 흥정에 드는 상담시간을 줄이는 대신 서비스와 제품 성능 위주의 경쟁으로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지식경제부를 포함해 정부에서도 가격표시제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상담요원이 가격을 추가 할인해주는 이른바 ‘네고(Nego)가격’이 일반화돼 있었다. 업계는 실제 판매가와 태그가격 차이가 최고 4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유통가에는 협상가격제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순진한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주변 점포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품 성능보다는 가격이 거의 유일한 경쟁 요소가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가격표시제는 대체적으로 순기능이 많다.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여러 유통채널이 함께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전히 가전제품 가격표시제 도입에 반대하거나 미온적 유통점도 적지 않다.
가격표시제에 반대 입장인 한 유통점 관계자는 “가격표시제가 전반적으로 가격을 상향 고정시킬 우려가 있다”며 “‘경쟁을 해야 가격이 내려가는 원리’가 사라지면서 소비자가 다른 형태의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휴대폰 매장을 중심으로 가격표시제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일부 음식점에서도 식당 외부에 가격을 고지하기로 하는 등 가전 이외에 여러 유통채널에서 가격표시제는 확대되는 추세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