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딛고 명품으로 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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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 초반 녹즙기시장 부동의 1위는 ‘엔젤’이었다. 대기업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으로 납품받아 동일 제품을 팔았지만 엔젤녹즙기 인기가 너무 높아 그 대기업은 ‘엔젤’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것을 전시장에 표시해 판매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94년 녹즙기에서 쇳가루 등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후 500억원이 넘던 회사 매출은 급감했고 부도까지 맞았다. 당시 정정보도는 물론이고 상공부 조사결과 제품에 하자가 없다는 최종 판단까지 나왔지만 회사는 시장에서 잊혀 갔다.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 엔젤이 녹즙기 명가복원을 기치로 다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90년대 중반 사업을 접고 미국으로 건너갔던 이문현 엔젤 회장과 김점두리 사장은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과 최적의 쌍기어를 이용한 3단 착즙기술 프리미엄 녹즙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회장과 김 사장은 부부다. 이 회장이 기술과 제품개발을 총괄하고 김 사장은 회사 경영 전반을 책임진다. 김점두리 사장은 “문제를 겪은 후 사업을 그만할 생각이었지만, 도미 한 달이 지나자 다시 녹즙기 설계를 시작할 정도로 사업에 애착이 있었다”며 “귀국해 2000년대 중반부터 소규모로 제품 생산과 판매를 시작했다. 시장 요구를 확인했다는 판단에서 최근 본격적 마케팅까지 영역을 넓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엔젤이 새로 내놓은 ‘엔젤리아 8000’은 쌍기어와 착즙망을 인체에 무해한 의료용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었다. 항균기능도 포함된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과 같이 사출이 불가능하다. 직접 프레스로 찍어내야 하고 수작업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대비 재료비는 10배, 가공비는 30배가 더 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엔젤녹즙기는 30만원대 보급형 타사제품에 비해 4~5배 비싸다. 쌍기어가 맞물리는 간격이 0.05㎜에 불과하고 특허받은 3단계 착즙기술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한국식품연구소에서 섬유질이 많은 신선초 1㎏을 착즙한 결과, 엔젤 제품은 856g의 녹즙이 나왔다. 타사 제품은 각각 660g, 738g이었다. 칼슘과 마그네슘 검출량은 타 제품에 비해 각각 3배, 7배나 많은 수준이다.

 김 사장은 “치아가 좋은 사람도 과일과 채소에 포함된 영양소를 15% 이상 흡수하기 힘들다. 녹즙도 어떻게 추출했느냐에 따라 흡수율이 달라진다”며 “엔젤 녹즙기는 과일·야채 섬유질 속에 있는 천연 비타민, 미네랄, 효소 등 골수 녹즙을 최적화된 상태로 분리 추출한다”고 밝혔다.

 엔젤 녹즙기는 현재 90% 이상이 해외에서 팔린다. 올해 280만달러 정도 수출을 올릴 전망이다.

 김 사장은 “엔젤 녹즙기를 기억하는 분들이 국내에 여전히 많다”며 “최근 엔젤스코리아라는 전문 국내 총판업체를 선정, 다시 국내에서 명가부활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 위치한 엔젤 본사에는 과거 90년대부터 같이 일해 온 직원도 여럿이다. 김 사장의 두 아들은 각각 기술개발과 무역을 맡고, 해외에 있는 딸은 제품 디자인을 돕는 등 가족들이 모두 회사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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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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