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7일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브라질 광구 개발을 위해 2000년 설립한 SK이노베이션 브라질 법인을 머스크오일에 매각하기 위해서다.
손에 땀이 흥건하다. 긴장한 탓이다. 매각이 성공만 하면 민간 기업이 보유한 생산·탐사 광구를 세계 메이저 석유개발 기업에 성공적으로 매각하는 첫 사례로 기록된다. 매각 대금은 24억달러 규모다. 국내 민간 기업이 거둔 자원개발 성과 가운데 최대이자 가장 성공적인 계약으로 남게 된다.
구 사장은 뉴욕으로 날아가기 전 머스크오일과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주요 이슈에 대해 파악해놓았다. 현지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 결정을 위해서다. 일주일 후 구 사장은 협상을 성공리에 마치고 매매 계약을 성사시켰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브라질 정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6개월이 넘는 정밀 실사가 이어졌다. 브라질 정부가 광구 매각을 승인하고 열흘이 지난 2011년 7월 21일 SK이노베이션과 덴마크 머스크오일은 매각 계약을 종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브라질 법인 매각을 계기로 생산성이 검증된 광구에 투자하거나 해외 석유개발 기업을 인수하는 데 재투자 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 이 뿐만 아니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한 머스크오일과 양사의 석유개발 사업 전략을 공유하기로 했다. 추가적인 사업 파트너로서 동맹 관계를 강화, 미래 협력관계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구 사장은 “지금까지 축적해 온 석유개발 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한 단계 도약을 이뤄나갈 시기”라며 “투자자금 확보와 광구 보유 재편성으로 효율적인 석유개발 사업을 이끌어 나감으로써 정부 정책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국내 에너지 자주 확보에 크게 기여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 이라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