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유로존 제정위기 악화 소식이 들려오면서 가전업계가 유럽 제정위기에 따른 추이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주요 가전업체들은 ‘당장 눈에 띄는 매출 급감은 없다’면서도 경기 위축에 따른 중장기적 악영향에 대비,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의 지속적인 강화와 현지 특화 제품 개발 등으로 대응에 나섰다.
◇“분명 영향은 미칠 것”=6일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 등 전략 지역인 유럽에서 프리미엄 가전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주요 가전 업계들은 연이은 유로존 제정위기 소식에 긴장했다.
유로존 재정통합 움직임에 이어 최근 스탠더드&푸어스(S&P)가 유럽 지역 15개 국가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초부터 그리스를 시작으로 유로존 위기가 확산되면서 이들 업체들은 중장기적으로 경기 위축과 제정 악화에 따른 현지 가전제품 구매 위축은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유럽을 타깃으로 한 신성장 사업의 현지 진출에도 당장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유럽지역에서 뚜렷한 매출 감소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분명히 영향은 예상된다”며 “내년에도 쉽게 위기가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어서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솔라사업부가 추진하는 태양광 전지 사업의 공격적 추진에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 스페인 등 태양광 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온 유럽 국가에서 지원이 이미 중단됐다”며 “비록 시설 규모가 작지만 LG전자의 이 지역 솔라셀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가전 전략만이 살 길=현재 국내 가전기업의 유럽지역 제품 판매 비중은 북미 등에 비해 크지 않다.
TV를 제외한 세탁고·냉장고·에어컨 등 백색가전만 놓고 보면 전체 해외 판매 매출 중 유럽 지역 매출이 삼성전자는 10%대, LG전자는 7~8% 수준이다. 총 매출의 90% 가량을 수출에 의존하는 대우일렉의 경우에는 유럽 매출이 30%대다. 그러나 프리미엄 가전의 전략적 요충지인 유럽 지역의 제정위기가 심화되면서 대응책 수립이 불가피해졌다.
업계는 기존의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한층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유럽시장은 이미 중국 가전 업체들이 저가 시장을 장악했고 중저가 제품은 다수 현지 업체들이 버티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가전만이 살 길이라는 전략을 확고히 했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IFA에서 삼성전자, LG전자 양대 수장 모두 ‘스마트가전’으로 유럽시장에서 승부를 건다고 밝힌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유로존 위기가 확산된다 하더라도 현지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전략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우일렉 관계자도 “과거 저가형 전자레인지 공급 등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빌트인을 포함해 부가가치 제품에 초점을 맞춘다”며 “유럽 위기 속에서 현지 특화 전략 발굴이 한층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현지 공급망관리(SCM) 효율화 등도 장기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제정 위기 속에서 기존 프리미엄 제품 확대 전략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