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vs 소수점 이하. 앞은 온라인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주간 내려받기 수, 뒤는 4개 종합편성채널의 하루 평균 시청률이다. ‘나꼼수’ 내려받기 수가 600만이 넘는다는 추산도 있지만 이것만 해도 엄청난 숫자다. 극소수지만 1%대 시청률을 올린 종편 프로그램도 있다. 그래도 ‘애국가 시청률’(2% 이하의 낮은 시청률)을 넘으려면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이다.
‘나꼼수’와 ‘종편’은 우리 미디어 산업 현주소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고작 4명이 한두 시간 수다를 떠는 1인 미디어가 막대한 제작비를 동원하는 매스미디어와 ‘맞짱’을 뜨는 것 자체가 좋은 연구거리다.
현안은 정치다. 온라인 팟캐스트가 실시간 전국방송보다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난달 30일 밤, 수만 명의 인파가 찾은 나꼼수 여의도 공연이 이를 확인했다. 대통령 사저,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먹통 등 잇따른 의혹 제기로 그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나꼼수도, 종편도 정치를 비판한다. 나꼼수가 집권여당을 집중 공격하는 게 다를 뿐이다. 청취자 반응이 색다르다. 멀리 했던 정치에 되레 흥미를 갖게 됐다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정치 비판이 혐오증을 일으키는 경향과 정반대다. 정치 혐오증을 국회 진입장벽으로 쓰는 직업 정치인에게 나꼼수는 종편보다 더 큰 ‘적’이다.
규제도 대조적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팟캐스트, SNS를 심의할 조직을 신설하고 명예훼손 신고 시 접속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나꼼수’를 겨냥했다는 의혹을 산다. 애플 팟캐스트를 통한 서비스를 방통심위가 어떻게 심의하고 제재할 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종편은 원래 미디어렙 규제를 받아야 한다. 여당이 미디어렙법 처리에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종편이 직접 영업을 한다. 시청률 소수점 이하 미디어가 지상파방송 광고 단가에 근접한 수준을 요구한다. 무리한 광고 협찬 공세를 받는 기업들만 죽을 맛이다. 급기야 SBS도 내년부터 직접 영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미디어렙 기반 방송광고시장이 갑자기 붕괴됐다.
종편 허용 취지가 글로벌 미디어 육성이다. 초기라지만 국내 위상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나꼼수는 국내, 그것도 재미없는 주제인 정치만 말한다. 외국에 사는 한인들도 내려받아 듣는다. 아직까지 종편보다 더 ‘글로벌한’ 미디어다.
종편이 나꼼수에 앞선 건 새 콘텐츠 사업과 일자리 창출 능력이다. 아나운서, 기자, PD, 작가, 연예인, 외주제작사 할 것 없이 일자리와 일감이 많아졌다. 그런데 스타급 인력 몸값이 치솟았다. 제작비는 한정됐다. 외주 제작사에 갈 떡이 커지기는커녕 줄어들 판이다.
종편은 인지도가 오르면 시청률도, 영향력도 점차 높아질 것이다. 지금 나꼼수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까. 당분간 어렵다. 종편의 정치적 편향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만이 아니다. 미디어 수용 행태가 바뀐 게 더 큰 걸림돌이다. KBS만 해도 스마트기기로 보는 ‘K플레이어’ 시청률이 TV시청률보다 높다. 방송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는 사람이 적어졌다는 뜻이다. 종편이 둔 ‘본방 사수’ 시청자가 갈수록 적어진다. 풋내기인데 개국과 동시에 생존경쟁을 벌인다. 이런 환경에서 시청률과 영향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을까.
획기적인 방도가 있기는 하다. 나꼼수를 종편 프로그램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나꼼수 인기 비결은 소통과 풍자다. 카타르시스 해소다. ‘개그 콘서트’보다 더 웃긴다. 재미있다면 악마라도 출연시키는 게 동서고금 상업방송인의 자세다. 신문을 ‘TV매거진’으로 만드는 것보다 더 진솔하다. 종편이 미디어 구실을 제대로 할 때 눈엣가시 나꼼수는 저절로 사라진다. 어쩌면 지상파방송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