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정전, 여름보다 겨울이 더 위험하다

 국내 전력시장에서 동계피크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부터다. 낮은 요금과 편리성에 전기난방기 사용이 늘면서 겨울철 전력사용량 최대치가 6896만㎾를 기록, 여름철 최대치의 99.8% 수준에 달하면서다. 이때만 해도 동계피크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추측은 지난해와 올해 초 겨울철 전력사용량이 역대 전력피크를 연이어 경신하는 초유의 상황을 연출하면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전력업계에서는 여름보다 겨울 전력수급이 어렵다고 말한다. 생활 패턴상 겨울철에 많은 전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악성부하가 많기 때문이다. 전기난방기가 원흉이다. 전기난방기는 냉방기기보다 사용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국가 전체 전력의 누적부하로 남아있기 일쑤다.

 여름철은 하계휴가로 2~3주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기간이 있지만 겨울철은 크리스마스, 신·구정 등 휴일이 단 며칠에 불과하다는 것도 전력수급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다. 근래에는 기후변화로 삼한사온 없이 이상저온 현상이 계속되는 것도 악재다. 최대전력피크를 기록한 올해 1월이 대표적인 예다.

 전기난방기 전력사용량은 그동안 전기 과소비 주범으로 지목된 시스템에어컨을 능가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선풍기 모양의 전기온풍기 전력소비는 1000W 이상이며,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고전압히터(PTC)는 제품에 따라 3000W에 육박하는 것도 있다. 가정용 스탠드 에어컨 두 배에 달하는 전력을 소비하는 셈이다. 이 제품을 하루 6시간씩 사용할 경우 전기요금은 3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올겨울 전력위기는 9·15 정전사태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 9·15 정전사태는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설비들이 정비에 들어가는 등 수요예측을 잘못해서 발생했지만 이번은 국가 전체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겨울 전력수급이 한계에 달해 정전이 발생한다면 대형발전소가 지어지는 2013년까지는 매번 정전을 걱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절전행동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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