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 규제로 모든 문제 풀 수 있을까

 어이가 없다. 지난 한 주 내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휴대폰을 떠들썩하게 했던 ‘순천괴담’ 유포자가 여중생이라는 소식이다.

 괴담은 이랬다. ‘인신 매매단이 여고생 3명을 잡아가 한 명이 죽고 두 명이 실종됐다’거나 ‘장기가 적출된 여고생 시신이 공원에서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소문은 인터넷게시판, 휴대폰, SNS 등을 타고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유포자는 밝혀졌다. 지방의 한 도시 여중 3학년생이었다. 우락부락한 인상을 가진 건장한 남성이거나 문제의 청소년을 기대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정부가 나섰다. 그동안 각종 근거 없는 소문의 진원지로 SNS를 지목했던 터다. SNS의 파급력이 공적인 영역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이제는 심의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각종 악성 루머가 순식간에 퍼지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일부는 맞는 말이다. 1990년대의 PC통신 때도 그랬고, 이후 인터넷도 그랬다. 주범이 익명성이라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 익명성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인터넷실명제’라는 선진국에서는 보기 드문 제도까지 도입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인터넷실명제가 실시된 이후에도 악성 댓글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익명성이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규제가 통하지 않았다면 문제의 진단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권력 지향성이라고나 할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권력을 추구한다. 고약한 것은 한번 맛을 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점이다. 인터넷과 SNS는 그런 면에서 좋은 도구다. 익명성을 즐기며 자극적인 글을 올리면 반응이 올라오고 손쉽게 자신의 존재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순천괴담’ 여학생은 “포털사이트에 자극적인 글을 올려 조회 수와 추천 수가 늘어나면 사람들이 알아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이 모 씨 역시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의 글이 유명세를 타면서 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쯤 되면 규제가 답이 아니라는 것은 명약관화해진다. 그런데도 규제로 풀겠다는 발상이라면 목적이 다른데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바로 정치적 목적이다. 정부가 사적 영역으로 분류하고 규제의 대상에서 제외한 SNS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지자체 선거 이후부터다. 특히 수많은 팔로어를 거느린 유명인사의 발언은 영향력이 막강한 게 사실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영향력이 입증됐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면서는 조·중·동 종합편성채널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래서 사적 소통의 장을 ‘심의’하겠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인터넷과 SNS가 익명성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개방과 공유, 참여를 근간으로 하는 인터넷 정신이 IT강국을 일궜다는 의미다.

 때마침 인터넷기업협회·서강대시장경제연구소는 인터넷경제의 성장기여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낮다는 결론도 내놨다. 인터넷 규제가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여당 일각에서도 반대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규제 만능의 획일주의는 오로지 국민을 계도의 대상으로만 삼는다는 것이다. 선관위를 디도스 공격으로 무력화시켜 선거를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발상이나 다를 게 없다. 맘에 안 들면 다 규제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선진 민주국가에서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다. 인터넷실명제도 구시대적이라는 판에 SNS 심의는 나가도 한 참을 더 나갔다.


 박승정 통신방송산업부 부국장 sj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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