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일새 임광토건 법정관리, 고려개발 워크아웃 신청
전통의 중견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실패를 계기로 잇따라 무너지면서 건설업계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올해 들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한 중견 건설업체들은 모두 아파트를 지으려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발목이 잡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대림산업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순위 38위의 계열사 고려개발이 전날 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지난달 17일 84년 역사의 임광토건(시공능력평가 40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불과 2주일만의 일이다.
이로써 100대 건설사 가운데 현재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을 받고 있거나 신청해 놓은 회사는 모두 25개로 늘어났다.
고려개발은 임광토건과 마찬가지로 주력 사업분야인 토목공사 발주가 줄어들자 주택사업으로 눈을 돌리다가 커다란 재무 위기에 처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통 택지 개발사업 시행자가 토지 매입 비용을 마련하려면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내세워 금융기관에서 PF 방식으로 대출받는 것이 관행인데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보증을 선 시공사가 위험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고려개발은 용인 성복 주택사업으로만 3천600억원 상당의 지급보증을 해주는 등 모두 3곳의 사업장에서 총 4천551억원의 PF 보증을 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택경기 침체로 사업이 계속 연기되는 바람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 4년 동안 용인 성복 PF의 이자비용으로만 무려 1천50억원이 흘러나간 데다 지난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밀어닥친 PF 만기를 연장하는 데 실패해 회사 유동성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전언이다.
계열사인 대림산업이 2009년부터 1천558억원 규모의 자산매각 지원, 자산담보부 대여약정을 통한 2천억원의 자금 지원, 공사물량 배정 등을 통해 총 3천808억원을 몰아주고 워크아웃 신청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에도 500억원을 긴급 수혈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앞서 올해 초 LIG건설, 동양건설산업 등의 중견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로 PF 지급보증을 했다가 만기를 연장하지 못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원래 PF란 위험이 큰 사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사업주의 신용이나 담보가치보다는 특정 프로젝트 자체를 담보로 금융기관이 대출해주고 사업 수익금으로 돈을 돌려받는 선진금융기법이지만 국내에서는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시공사의 지급보증에만 의존하는 사실상의 담보 대출로 변질됐다는 평가다.
물론 건설사도 해당 사업의 경제성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책임이 크지만 금융기관은 거의 위험을 분담하지 않고 건설사만 모든 부담을 지는 현 PF 사업 구조가 건설업 위기의 원인이 된 셈이다.
용인 성복 PF사업 대주단도 처음에는 4%대의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줬다가 금융위기 이후 최고 15%에 이르는 고금리로 대출 조건을 변경해 고려개발의 자금난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금융권이 PF 대출을 줄이는 상황에서 앞으로 위기에 처하는 업체가 줄줄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건설사들이 저마다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을 기울이는데도 금융권이 무차별적으로 자금줄을 죄고 있어 이대로라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받는 회사가 50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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