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이 엔터테인먼트와 마케팅, 금융과 쇼핑 등 모든 산업을 뒤흔드는 ‘모바일 빅뱅’ 시대에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30일 ‘미래 비즈니스 포럼 2011’ 기조연설에서 던진 질문이다. 김 의장은 “이제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한다”며 “모바일 라이프가 모든 일상과 산업과 결합하며 발생하는 충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도약과 침몰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스마트폰 음악 스트리밍이 등장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변화를 예로 들었다. 콘텐츠 소비 방식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과거에 음악을 듣는 매체가 라디오나 테이프, CD로 변화해 오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오긴 했지만, 스마트폰 스트리밍이 등장하면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개인 맞춤형 콘텐츠 소비가 가능해졌다. 스마트폰이 있기에 가능한 변화다.
김 의장은 “스마트폰 보급으로 마케팅도 시간과 장소, 나이, 성별 등에 따른 1대1 개인 맞춤 마케팅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오면 인근 맛집 정보와 할인 쿠폰까지 스마트폰으로 자동 전송되는 상황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전단이나 라디오, TV 등 매스미디어 시대 마케팅은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한 광고지만, 개인 맞춤 접근이 가능한 모바일에선 가치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에서 기업과 브랜드 친구가 메시지를 보내는 ‘플러스 친구’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외부 애플리케이션과 연계하는 ‘카카오 링크’도 이러한 가능성을 시험해 보기 위한 시도다.
김 의장은 “모바일 라이프는 시공간 제약도, 온오프라인 경계도 없다”며 “이 경계가 깨지면서 앞으로 모바일과 무관하게 유지될 수 있는 비즈니스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기 위한 ‘관점’의 전환도 강조했다. 해결책을 찾기에 골몰하기에 앞서 무엇이 문제인지, 혹은 무엇을 문제로 인지할 것인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영화 올드보이를 보면 주인공과 관객 모두 ‘왜 15년 동안 나를 가두었나’에만 신경 쓰지만, 주인공을 가둔 친구가 ‘왜 지금 풀어주었는지를 생각해보라’는 말하는 장면에서 반전이 일어난다”며 “적절한 질문을 인지하는 것이 해결책을 찾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물과 함께하는 체험 공간으로 동물원의 성격을 변화시킨 일본 ‘아사히야마 동물원’이나 시간을 확인하는 기능적 도구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시계를 다시 정의한 ‘스와치’ 사례를 예를 들었다.
모바일 시대엔 이전 유선 인터넷 시대의 성공 공식을 잊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권고도 잊지 않았다. 김 의장은 “과거 성공 경험에 대한 지식이 미래 발전을 가로막는 ‘지식의 저주’를 피해야 한다”며 “카카오 역시 웹 기반 서비스에서 모바일로 전환하는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그 자신이 한게임과 NHN이라는 국내 유선 인터넷 최고의 성공 서비스를 이룬 주역이라 모바일 전환 결심이 더욱 쉽지 않았다.
김 의장은 “NHN USA 법인장을 지내며 웹 2.0과 아이폰 열풍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며 “초기엔 집단 지성 등을 활용한 웹 기반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성과가 기대 이하였고, 결국 스마트폰 등장에 맞춰 모바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전면적 전환 과정을 통해 카카오톡이 사용자 3000만명, 하루 메시지 7억건이 넘는 모바일 서비스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이전 IT혁명 주역인 TV나 PC와는 다른 스마트폰의 ‘킬러 앱’을 찾기 위해 고민했고, 결국 휴대폰의 핵심인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했다. ‘모바일 메시지’라는 핵심 가치에 전력한 것. 또 빠르게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사용자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통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김 의장은 “현재 카카오톡은 해외 사용자 비중이 20%에 이르고 사람들이 ‘문자해’ 대신 ‘카톡해’라는 말을 쓸 정도로 문화적 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밀물이 들 때는 모든 배가 떠오르지만, 닻을 내린 배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경구를 인용했다. 물결치는 바다에서 현실의 안정을 위해 닻을 내리고 있었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떻게든 기회를 찾아 움직여야만 기회의 물결을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모바일로 벌어질 시장의 모습은 불확실하지만, 바로 그 불확실성 속에 기회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