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FTA도 급물살 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에 이어 한중, 한일 간 FTA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당사국 간 정상·장관급 공감대가 확인되면서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고, 미국-중국 간 G2 경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외부 환경 변화도 이를 부추기는 양상이다.

 우리 정부는 상대국 입장을 고려해 협상 개시 시점 등은 확인하지 않으면서도, 협상 추진은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세계 GDP 20%에 육박하는 한·중·일 3국 경제권을 하나로 묶는 시도가 한미 FTA를 능가하는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중국 “협상 개시선언이라도 먼저”=올해 들어 우리나라와 중국 수뇌부 간 FTA 관련 논의는 부·총리급 두 차례, 정상급 한 차례 이어졌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아세안+3(한중일) 회의에서 만나 FTA가 조기 실현되도록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흐름상 중국이 더 몸이 달아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중국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는 일단 양국 간 FTA 협상 개시선언이라도 이끌어내라고 자국 외교부 등 실무부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FTA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미국 주도 TPP 확산의 견제 성격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일본 ‘뒷걸음질치는 경제 지렛대로’=통상외교 전략상 드러낼 수는 없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과 FTA를 가능한 한 늦추려고 한다. 한중일 권역 내 어느 한쪽이 빠질 수 없어 대화는 하지만, 개별적으로 떼놓고 본다면 한일 FTA는 ‘안 하면 그만’인 정도다.

 일본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산업군이 우리와 겹쳐 있어 서로 시장을 열어도 별다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부품·소재 대일 역조는 FTA로 통상장벽이 사라지면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파고로 밀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후루카와 모토히사 일본 내각부 경제재정정책 대신은 지난 2004년 6월 중단된 FTA 협상 재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서로 확인했다. 어떤 식으로든 한일 간 협상테이블은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은 FTA를 대지진 이후 더 깊은 수렁으로 빨려드는 자국 경제의 마지막 활로로 여기고 있다.

 ◇“실적보다는 실리를”=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관계자는 “한중, 한일 FTA는 미국처럼 민감하지는 않아도 농산물 등 중복 피해산업이 존재한다”며 “체결 실적을 늘리는 것만 능사가 아니라, 실리를 보고 신중히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도 “제조업별 시장 경쟁력과 관세 상관관계, 산업구조적 득실을 정확히 따져 추진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며 “시간에 쫓기듯 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와 1884억달러 교역을 한 중국과 920억달러의 수출입을 주고받은 일본이 서로의 시장을 향해 빗장을 풀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對중국·일본 수출 추이(단위:백만달러)

 자료:한국무역협회, ()는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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