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글로벌 모바일카드 결제기술이 세계 표준에 도전한다. 금융에 세계적으로 앞선 통신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 개척에 나선다.
BC카드(대표 이종호)는 24일 국내 최초로 실시간 발급되는 모바일카드를 내놓고, 구글·애플을 뛰어넘어 모바일 결제 시장 표준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차세대 모바일카드 사업 출범식’을 열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 연구개발한 모바일카드를 선보였다. BC카드는 올해 KT에 인수됐다.
이종호 사장은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모바일카드는 외국에서 만들어져 해외 의존도가 높고 로열티 증가도 우려된다”며 “BC 모바일카드는 해외 기술 종속 우려를 막고 우리 기술만으로 안정적인 모바일카드 사용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BC카드가 공개한 모바일카드는 새로 발급받을 때마다 통신사 시스템을 거쳐야 하는 기존 모바일카드와 달리 실시간 발급받을 수 있다. 결제 시 필요한 안심결제서비스(ISP)를 추가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플라스틱 카드 사용 시 이용하는 서명 방식을 채택해 보안성을 높였다.
인터넷 쇼핑몰 거래가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 PC와 IPTV를 통해 상품 구입 시 사용자 휴대폰을 이용해 결제할 수 있는 ‘N스크린 페이먼트(Screen Payment) 서비스’도 채택했다.
BC 모바일카드를 이용하려면 KT에 가입된 근거리무선통신(NFC) 지원 휴대폰을 보유해야 한다. BC카드는 우리·IBK기업·대구·경남은행에서 기존 플라스틱카드를 모바일카드로 전환하는 발급 서비스를 시작한다. 다음 달 초에는 KT와 제휴해 통신 특화 신규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BC 모바일카드는 국내 모바일 지급결제 표준으로 제정될 전망이다. 기술표준원은 지난 3월부터 관련 기술 표준화를 추진하면서 BC와 ETRI가 공동 개발한 결제기술을 바탕으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황승구 ETRI 소장은 “BC 모바일카드 기술은 글로벌 수준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보안성과 편의성은 선도적인 기술을 갖췄다”며 “세계시장에서 독자적 플랫폼으로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모바일카드가 주목되는 것은 BC카드가 KT 품으로 넘어간 이후 금융과 통신이 결합한 일반고객 대상 첫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카드 시장이 플라스틱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통신사가 보유한 인프라가 다양한 비즈니스 창출 기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앞으로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스마트 디바이스는 가정, 직장, 가맹점에서 모든 이들이 필수품으로 갖게 될 것”이라며 “이 자체가 카드 결제를 비롯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기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글로벌 모바일카드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통신사, 은행, 카드사 등 관련업계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기조 우리은행 부행장은 “모바일카드 사업이 성공적인 결실을 얻으려면 모든 카드 회원사와 참여업체의 적극적인 이해와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