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정계에서 ‘해결사’ 또는 ‘대책반장’으로 통한다. 관료 시절 주요 현안 해결을 진두지휘하면서 강한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실제로 93년 금융실명제, 95년 부동산실명제, 97년 외환위기 등 굵직한 사태에서 실무자 또는 대책반장으로 일했다. 정치인이 아닌 공무원 가운데 영문 이니셜(SD)로 불리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김 위원장이 충북대학교 창업지원센터를 찾았다. 금융당국 책임자와 정책금융기관장, 시중은행 중소기업 지원 담당자들을 모두 데리고 창업자들을 직접 만났다.
왜? 우선은 개인적인 빚을 갚기 위해서다. 1997년 11월 외환위기로 25살 전후이던 대학생들은 갑자기 취업길이 막혔다. 그들이 지금 마흔이 됐다.
김 위원장은 “당시 환란의 중심에 섰던 선배로서 환란 세대(20-40세대)에 큰 빚을 진 것 같다”며 “내가 창업에 집착하는 건 젊은 세대에 대한 아픔 때문”이라고 자주 말해왔다.
김 위원장 스스로가 창업 1세대다. 대기업을 1년 다니다 무역회사를 차렸지만, 경기침체로 문을 닫았다. 경제성장 과정에 취업하기 좋았던 시절이라고 부러워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했을 때는 ‘똘아이’ 취급 받았다. 당시 젊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사업은 무역회사 밖에 없었다. 그래서 “작더라도 성공 사례가 나와야 새로운 젊은이들이 (창업에) 뛰어들고, 그것이 미래 성장 에너지로 작용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지론이다. 그는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진 지금의 창업현장을 보면 맥박이 뛴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이 창업 관련 금융 지원에 남 다른 관심을 보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세계는 변하고, 경제는 더 변하고 있다. 기술혁신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많이 가진 나라가 성공할 수밖에 없다.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아이디어와 창의력 경쟁의 시대에 오히려 유리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라도 제대로 창업으로 이어지고, 강소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구조가 되지 않으면 결실을 맺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창업과 중소기업 성장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착하는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예측으로도 유명하다. 올 초부터 여러 상황을 근거로 ‘유럽발 제2 금융위기’를 경고했다. 연말 들어 그리스사태를 시작으로 실제 유럽발 금융위기가 현실화됐다. 그는 이번 유럽발 금융위기가 큰 충격은 아니지만 오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폭풍우를 대비해 떠내려가지 않도록 지붕을 단단히 매고 먹거리를 비축해둬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특히 금융위기로 인해 실물경제가 나빠지고 국내 중소기업은 내년에 치명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진단이다. 김 위원장이 내년부터 중소기업 금융시스템 전체를 다 바꾸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주변 사람들은 김 위원장을 ‘그립(Grip)이 세다’고 말한다. 사안에 대한 장악력이 강하고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는 얘기다. 충북대에서 창업 CEO들을 마주한 김 위원장은 곧장 “어려운 게 뭡니까?’라고 물었다. 그리고 “창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꼭 지원해야겠다”며 창업을 내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책금융기관의 자금공급, 보증기관과 금융회사의 지원방식, 코스닥 제도를 모두 손보겠다는 의지다. ‘그립’이 강한 해결사,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드디어 대한민국 미래 대책반장을 자처하고 나섰다.
주상돈 경제정책부 부국장 sdjo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