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그 시대 조류를 반영한다.’
단순한 제품 홍보를 떠나 그 시대의 경기상황,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 시대 키워드까지 모두 반영하는 게 광고다. 그 시기 특징을 대변하는 음악이나 문학작품이 있는 것처럼 광고도 그 시대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제품 광고에 적극 활용한다. 그 시기에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소구점이 사람들의 이목을 잡을 수 있을 지를 고민해 내놓은 것이 광고다.
2011년 광고의 특징은 다양성으로 요약된다.
올해는 새로운 10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지만 여름을 지나면서 미국·유럽에서 이어진 글로벌 경기침체가 광고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사회공헌이나 따뜻한 이웃을 강조하는 감성형 광고가 많았다. 삼성이나 LG, SK 등 그룹 광고는 특정 제품에 대한 홍보효과보다는 세상과 함께 소통하는 기업문화를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현상과 관련 사회풍자나 해학적 메시지를 담은 광고가 많았다. 경기상황과 무관하게 웃음을 주는 가벼운 터치의 접근은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쪽으로 전개됐다. ‘입대하자마자 제대한다’ ‘월요일이 되자마자 금요일이 온다’는 시리즈의 광고로 LTE의 빠른 장점을 소구한 광고도 있었다.
올해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스포츠 빅 이벤트가 없었다. 스포츠 마케팅은 우승이나 응원의 목소리를 담아 제품과의 연관성을 만들어주지만 올해는 이런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럼에도 김연아와 박태환, 손연재, 이청용 등 스포츠 스타는 여전히 광고계의 빅 모델로 자리잡으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연초에는 3DTV 기술방식을 놓고 ‘광고전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각각 현빈과 원빈이 모델로 등장하는 광고를 놓고 ‘빈의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삼성전자는 연말 PC와 스마트패드(태블릿PC)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슬레이트PC’에서 3분짜리 미국 드라마 형식 광고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자광고대상 2011’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스마트TV는 물론이고 스마트가전까지 연계한 ‘스마트 통합광고’ 시리즈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차세대 IT 트렌드를 대변하는 ‘스마트’를 키워드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회사가 강조하는 ‘How to live Smart.’ 컨셉트를 광고로 잘 연계시켜 회사 아이덴티티도 명확히 했다.
금상을 받은 SK텔레콤 ‘가능성을 만나다-수산시장’편은 과거 특정층만 활용하는 것처럼 돼 있던 IT가 누구에게나 편리하게 제공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제 스마트기기 대중화와 그에 따른 콘텐츠 확산에 힘입어 누구나 손쉽게 다양한 생활문화의 가능성을 만날 수 있게 되는 시대로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산시장 어머니들이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휴대폰으로 문화 생활을 즐기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광고다.
LG전자는 올 한해 대대적 3D 마케팅을 펼쳤다. 광고에서도 ‘LG 시네마 3DTV 컨슈머리포트 1위’편으로 전자광고대상 금상을 수상했다. 컨슈머리포트로부터 압도적인 1위 제품으로 선정된 것을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보제공 기능에 충실하고자 했던 광고작으로 평가받았다.
삼성전기는 ‘삼성전기가 알려주는 시간이 우리의 미래입니다’라는 헤드카피로 숨은 강점을 강조했다. 전자 제품 핵심 부품 개발과 생산을 주도해왔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다소 약했던 삼성전기의 ‘첨단 리더십’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LS전선은 풍력, 태양광, 스마트그리드, 전기차 인프라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케이블과 운영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회사. 광고에서 환경보호와 사회발전, 인간 행복과 자연 풍요를 동시에 이루는 데 회사가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동화 형식으로 풀이했다. 전선 주요 소재인 구리를 사용해 기업의 정체성도 살리는 데 성공한 광고로 꼽혔다.
롯데정보통신은 ‘IT의 파브르’편 광고로 수상했다. ‘IT의 파브르’는 지능형빌딩시스템(IBS)과 에너지전문기업(ESCO), 스마트그리드 등 그린IT 분야에 대한 롯데정보통신의 녹색 IT세상 실현의지를 담기 위해 제작됐다. IT의 파브르처럼 차별화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친환경 IT 확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잘 표현해 낸 광고다.
광고 컨셉트와 내용의 다양성 이외에 내용의 전달 방식에서도 다양성이 확대되는 추세다.
지면을 넘겨도 다시 같은 제품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연속지면 광고, 지면을 가로지르는 광고, 신문 중앙면을 펼친면으로 확대해 와이드한 모습을 보여주는 광고, 3D 안경을 끼고 보는 지면광고까지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던 신문 광고의 변신도 다양한 각도로 진행됐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