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우 못받는 국내 중소기업 특허

 “미투(Me Too) 제품요? 중국보다 한국 기업들이 더 교묘하고 끈질기게 따라합니다.”

 국내 한 중소 가전기업 사장이 혀를 내두르며 한 말이다. 이 회사는 아이디어 가전제품으로 국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해외 국가에도 제품을 수출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시장은 삼성과 애플 특허 공방으로 그 어느 때보다 특허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특허 중요성을 알고 일찌감치 특허 출원에 적극 나서는 등 과거보다 인식이 높아져 있다. 해외 수출 비중이 커지면서 다양한 해외 기업 견제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가전 기업은 중국 업체들이 쏟아내는 미투 제품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제품 특징과 디자인, 심지어 브랜드 명칭까지 유사하게 따라했지만 성능이 조잡해 원본 제품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업체 미투 제품보다 정작 한국 업체들의 모방 제품이 더 골치 아프다는 게 중소 가전업체 사장들의 하소연이다. 핵심 특허기술을 피한 제품을 만들어 특허 분란을 교묘히 빠져나간다는 것. 중소기업 특허를 공동 특허로 할 것을 요구해 향후 특허료 지불을 사전 차단하려는 시도도 다수다.

 한 업체 사장은 “중국 업체들은 소송 진행 의사를 밝히면 바로 회사를 폐업하거나 제품 생산을 중단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방향만 조금 바꿔 끈질기게 미투 제품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사장은 “자사 원천 특허를 바탕으로 국내 대기업과 제품 개발을 추진했는데 핵심기술을 교묘히 따라한 제품을 뒤에서 몰래 개발하고 있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경쟁사를 견제하거나 향후 발생할 특허 분쟁을 사전 예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해외 특허보유 기업과 계약을 맺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하지만 제품 개발에 중소기업 핵심기술을 적극 활용했다거나 상호 협력했다는 뉴스는 좀처럼 듣기 힘들다.

 국내 중소기업이 보유한 특허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것도 동반성장이다. 특허로 성장한 중소기업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는 문화가 더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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